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소득ㆍ소비 중심에 자리잡는 이른바 ‘인구구조 황금기’로 접어들면서 한국경제가 장기 호황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 활동이 왕성한30대 후반~50대 세대의 인구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고급화하는 가운데 금융자산 가치 상승으로 경제가 장기호황을 지속하는 구조적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후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한 폭발적 내수증가도 이 같은 인구구조 황금분할에서 출발한다는 분석이다.▼호황 예고하는 인구구조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팀은 17일 ‘인구구조의 황금기에 진입한 한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35~64세 ‘미드필드’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내부적인 성장잠재력(내수)은 높아지고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은 더욱 강해지는 안정적 경제성장구조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수 수석연구원은 “노동이 가능한 15~64세 인구 중 자산형성 욕구가 높은 중장년층(35~64세) 비중이 15~34세 비중을 넘어서고, 부양해야 할 유ㆍ노년(幼老年)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미국 경제가 장기호황을 누렸던 시기의 인구구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가능 인구 비율은 2000년 71.7%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 중 중장년층인 35~64세 비중은 1995년 47.8%에서 2000년 52.3%로 늘어나 15~34세 비중(47.7%)을 넘어섰다.
▼베이비붐 세대의 성장잠재력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도 최근 ‘베이비붐 세대와 가격창조’라는 리포트를 통해 “미국은 80년대 말 베이비붐 세대가 40~50대로 진입하면서 청년기에 축적된 소득을 소비하고, 노후 대책을 위한 금융상품 수요자가 늘면서 뮤추얼펀드ㆍ연금 등에 돈이 몰리고 이 자금은 IT산업 성장과 더불어 90년대 호황의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도 노동가능인구 중 이른바 35~64세의 ‘단카이(團塊ㆍ덩어리)세대 비중이 15~34세 비중을 넘어선 1975년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결과가 겹쳐 80년대 후반까지 10여년이상 장기 호황을 누렸다.
한국경제도 2000년초부터 미국 일본의 호황기와 유사한 인구구성과 경제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원동력인 35~64세 비중은 2005년 56.4%에 이어 2010년에는 60.4%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호황국면이 지나고 중장년층이 고령화하는 2020년부터는 성장률이 현저히 둔화될가능성도 높다.
▼금융자산구조가 바뀐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가 과거 고금리시대 경제활동 세대 보다 적극적으로 금융자산을 운용, 간접투자상품과 연금ㆍ보험시장 수요 증가와 함께 서비스산업과 금융산업 발달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도 “2000년 말 이후 개인 금융자산에서 현금 및 예금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인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주택수요도 감소,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는 반면 주식과 연금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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