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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폰' 주연 하지원/"거울 보면서 눈빛연기 공부 호러 퀸이란 별명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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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폰' 주연 하지원/"거울 보면서 눈빛연기 공부 호러 퀸이란 별명도 얻었죠"

입력
200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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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튄다, 강하다, 도발적이다, 자신을 키웠던 매니저와 마찰을 빚고 결별했다….하지원을 수식하는 말은 이런 정도이다. 연기자라기보다 몸매가 늘씬한 CF 스타, 혹은 영화 ‘가위’에서의 으스스한 이미지 혹은 ‘동감’에서의 버릇없는 신세대 정도.

그러나 실물 하지원(23ㆍ단국대 연극영화과 휴학중)은 한결 여성스럽고, 수더분하고, 오히려 평범할 정도로 연예인답지 않아 보인다.

“다른 연예인들과 있을 때 저는 마치 연예인이 아닌 듯해요.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전 매니저와의 결별 사연에 대해 말을 아끼는 그녀는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고만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하지원은 매체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보다 한결 성숙하고 원만한 느낌이다.

‘가위’의 안병기 감독이 또 다시 도전한 공포 영화 ‘폰’에서 하지원은 잇단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프리랜서 기자로 나온다.

귀신으로 나왔던 이전 영화에 비해 그가 해야 할 몫은 더 많아졌다.

스스로 공포를 느끼면서 동시에 관객을 공포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악녀가 제일 쉬워요. 반면 ‘폰’은 일 년 여 쉬다가 다시 시작한 연기인데다 심리 공포라는 독특한 공포 영화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기에 더 부담스러웠어요.”

‘폰’에서 하지원은 심리 멜로의 분위기의 해설자로 신세대 스타로서보다는 든든한 연기자의 가능성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갇힌 공간이 주는 공포심을 더하기 위해 감독은 목소리 톤은 낮게, 눈빛은 정지된 스타일을 원했고 여기에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았다.

“연기를 따로 배워본 적이 없는 데 이번에는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 거울 보고 연습도 하고 아무튼 공부한 번 톡톡히 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러고보면 하지원은 신세대적 이미지가 강하면서도 동시에 누아르에 어울리는 암울한 이미지도 동시에 갖고 있다.

“TV에서는 주로 저의 신세대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편이고, 영화에서는 어두운 데 집중하는 것 같아요. ‘진실게임’ ‘가위’ 에 이어 ‘폰’까지.”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그녀는 ‘호러 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 ‘가위’에서의 연기요? 그 땐 사실 눈빛 밖에 없었죠.” 이렇게 말하지만 ‘가위’는 분명 하지원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 영화.

고3때인 98년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CF 모델이 된 행운아.

“어울리는 것을 잘하지 못해 운동을 많이 한다”는 그녀는 서두르기 보다는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 연기를 보이는 연기, 일상적인 연기를 보이는 그런 연기”를 꼭 보이고 싶은 마음은 속으로 간직한 채.

박은주기자

jupe@hk.co.kr

■'폰'은 어떤 영화

멜로 영화와 호러 영화등 장르 영화들은 장르의 틀을 유지하는 대신 끊임없이 소재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현실과 접지한다.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의 직업은 당대 인기 직업군의 리스트이고, 호러 영화 역시 그 시대의 사람들의 고민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폰’은 무선통신을 공포의 발원지로 삼았다.

발신자가 확인되지 않은 번호에서 들려오는 괴성. 이 소리를 들은 여성, 택시기사가 잇달아 죽음을당하고 사건을 프리랜서 기자인 지원(하지원)은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원조교제 기사의 당사자들이 걸어오는 협박전화에 지친 지원은 휴대폰 번호를 바꾸는데,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번호는 011-9998-6644.

절친한 친구 호정(김유미)의 딸 영주(은서우)가 이 전화에 걸려온 괴음을 들은 이후 아이가 마치 귀신에 씌운 듯 돌변하자 지원은 이 번호의 사연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안병기 감독은 할리우드 신세대 공포물을 한국식으로 변주한 ‘가위’에 이어 또다시 공포 영화 ‘폰’을 발표한 호러 전문 감독.

그는 현대인에게 주민등록증과도 같은 의미인 휴대폰을 통해 ‘무작위의 공포’를 영화 전면에 감염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아름다운 집, 딸 하나를 가진 단란한 증권사 대표의 가정에 감추어진 더러운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귀신 영화는 결국 인간의 못된 욕망의 산물임을 증명한다.

친구에게서 난자를 공여받은 호정의 불안과 원조 교제를 해온 남편이라는 설정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성의 원한이나 처첩의 갈등을 그린 ‘월하의 공동묘지’류의 전통적 호러물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폰’은 매우 현대적인 옷을 입었으면서도 정신은 여성의 한(恨)에 발목 잡혀 있다.

때문에 ‘서스페리아’처럼 비명이 나오거나 ‘식스 센스’처럼 아주 세련된 공포물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화면 연결이 다소 거칠고, 결국 여성의 한으로 결말을 풀어간 것도 새롭지는 않다. 공포의 상당 부분을 음향 효과에 기댄 것도 영화감상을 방해한다.

하지만 한국적이라는 것이 다소의 진부함과 난삽함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지난해 개봉했던 최악의 공포 영화보다는 몇 수 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영화 속 전화 번호는 18일부터 영화 마케팅 번호로 사용돼 공포 벨소리를 다운받는 유료 서비스등으로 연결되니 쓸데없이 돈 낭비 마시길! 26일 개봉.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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