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쯔강 싼샤댐 수몰 예정 지역인 후난(湖南)성 서부 산악지대 분지에서 발견된 진(秦ㆍBC 221~207) 대의 죽간(竹簡) 2만 여 점이 세계 역사학계 및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종이가 일반에 보급되기 전 기록 수단으로 쓰인 죽간은 1901년 신장(新疆)성에서 한(漢)대의 것이 첫 발굴된 이래 20만여 매가 출토됐다. 그러나 진나라 때 것은 2,000매가 채 되지 않고 법령과 의서, 점술서 등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굴된 죽간은 대부분 공문서로 분량이 20만자에 달할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군사, 산술, 관직, 우편, 행정업무, 민족문제 등을 망라하고 있어 당시 사회상을 총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획기적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회보(文涯報)는 “2,000여년 전의 진대 역사가 부활했다”고 표현했고, 역사ㆍ고고학자들도 “진시황의 병마용(兵馬俑) 발굴 이후 최대의 고고학 발굴”이라며 흥분에 들떠있다.
국내 학계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성규(李成珪)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정확한 내용은 심층연구가 진행되어야 알겠지만 진대의 기록이 확실하다면 ‘사기(史記)’ 등 후세 기록에 의존했던 진대 역사 연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지훈(朴志焄) 경기대 사학과 교수도 “진은 국토는 물론, 문자 도량형 등을 통일하고 황제지배체제를 확립한 시기지만 시황제의 철권통치로 후세 사가들에 의해 비판적으로 다뤄졌다”면서 “당대 사료가 대량 발견됐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발굴된 죽간에는 연도는 물론, 월일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인 소수민족 문제를 다루는 기록도 발견됐다. ‘四八三十二, 五八四十’ 등 구구단을 적은 것 따위와 산술 기록도 여럿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한편 고대 중국 유물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싼샤댐 공사 예정지인 충칭시에서도 최근 5,000년 중국 역사의 시대별 유물이 고스란히 보존된 지하유적이 발견됐다.발굴 시한은 연말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대규모 지하 유적이 발견됨에 따라 댐 건설에 따른 유적훼손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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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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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竹簡)이란
종이가 일반에 보급되기 이전의 주된 기록 매체로, 주(周)나라 때 처음 사용된 이래 진, 한 때 성행했고 육조 때까지 널리 쓰였다. 대나무의 마디를 세로로 쪼개 방충을 위해 불을 쬐어 기름을 빼고 푸른 껍질을 벗겨낸 뒤 그 위에 글자를 적었다.
죽간은 통상 길이 20~25㎝에, 너비가 몇 ㎝에 불과해 많은 글자를 적을 수 없기 때문에 가죽이나 비단 끈으로 엮어 사용했다. 이렇게 편철한 것을 책(策 또는 冊)이라 한다.
최근 죽간의 문화사적 의미를 다룬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라는 저서를 낸 임형석(林亨錫ㆍ중국철학) 부산대 강사는 “중국의 고전이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쓰여진 데는 뜻글자인 한자뿐 아니라 죽간이란 기록 수단의 특성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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