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보인 행태는 ‘중립내각’의 국무위원이라기에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무리 사적인 모임이었음을 강변해도 호텔 식당에서 은밀히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 이한동 전 총리와의 모임에 참석한 것은 분명 정치적인 행위였다.더욱이 이날의 저녁 모임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퍼부은 폭언 등은 그야말로 시정잡배의 수준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김 총재 등과의 만남을 떳떳하게 생각했다면 언론의 취재에 하등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멱살잡이와 폭언은 신 장관의 자질이 부족한 탓으로, 개인적인 문제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오래 전부터 현 내각의 중립성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어왔던 터에 현직 장관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일을 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지난 1월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신 장관은 ‘자민련 몫’이라는 지적이 야당에서 제기된 바 있다.
평소 ‘자민련 사람’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었던 이상 처신에 신중을 기했어야 옳다. 만일 신 장관이 정치적인 의사가 있다면 당당하게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아무리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 해도 임명권자의 뜻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명제는 여야를 떠나 우리 사회 모두의 일치된 합의 사항이다. 지난 11일 장상 총리서리를 임명하면서 청와대가 첫번째로 내세운 말도 역시 중립 내각이었다.
그러나 신 장관의 분별없는 처신으로 현 내각의 중립성은 크게 훼손됐다. 결과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많은 정치적 부담을 안기게 됐다. 어떤 형태로든 신 장관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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