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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실 아쉬운 축구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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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실 아쉬운 축구열풍

입력
2002.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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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두리 부자의 5억원 광고계약, 모교방문 카퍼레이드, 각종 사인회와 시상식….월드컵이 끝난 지 보름이 훌쩍 지났지만 태극전사들은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CU@K리그’라는 월드컵 때의 약속이 지켜지면서 프로축구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잔치가 이어지고 신바람이 넘쳐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내실을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치밀한 검토와 진지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지만 샴페인 소리만 요란할 뿐 백년대계는 실종됐다는 게 뜻 있는 축구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달말 내놓은 ‘포스트월드컵’ 계획도 재탕삼탕 수준에 불과하다. 한중일리그 창설, 여자실업팀 창단 등은 10년 넘게 이어진 해묵은 레퍼토리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뭔가 내놓기는 해야겠고 그러다 보니 급조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털어놓았다. 자연히 후속조치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대한축구협회의 플랜 역시 월드컵 4강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유ㆍ청소년 축구발전, 지도자 및 심판육성, 인프라강화 등 원론수준의 골격은 내놓았지만 각론은 걸음마 단계다.

협회내 포스트 월드컵위원회 1차 회의가 18일 열릴 예정이지만 위원장은 공석이고 위원 선임도 마무리 되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나면 곧바로 성사될 것처럼 떠들썩했던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해외진출의 노하우를 갖춘 제대로 된 에이전트 하나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월드컵 바람에만 기대어 어설프게 대응하다간 해외 진출은 뜬구름이 되기 십상이다.

월드컵 4강이라는 튼실한 밑거름 속에 씨는 뿌려졌다. 그러나 잔치 분위기에 빠져 장기적인 대비에 소홀히 한다면 아무런 결실을 거둘 수 없을지 모른다.

차분히 알맹이를 생각할 때다. 4년 뒤 또 다시 고액 족집게 과외선생을 찾을 생각이라면 몰라도.

김정호 체육부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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