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주 평화유지군으로 활동중인 미군에 대해 향후 1년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를 면책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것은 유감스럽다.결의안은 유엔 안보리가 미국 평화유지군에 대한 기소 등 ICC의 재판 관할권을 1년 단위로 검토하고, 사안별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한 예외적 특권을 인정한 이 같은 결정이 유엔정신과 국제법을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전쟁범죄자와 집단 학살자를 재판하는 상설 국제 기구인 ICC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ICC 창설 조약인 로마조약에 서명했지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를 취소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미국은 이어 평화유지에 나선 미군이 정치적 동기로 ICC에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의 6개월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주 미군에게 1년간 ICC 면책특권을 부여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결국 국제사회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 위협에 눌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국제법상의 기본 원칙까지 어겨가며 미군의 면책을 인정했다.
ICC 지지자들은 물론, 유럽 각국이 안보리 결정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시 행정부의 안하무인격 미국우월주의를 성토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국제앰네스티는 “안보리의 결정은 불법이며 부시행정부는 외교적 탱크를 몰고 ICC법정을 깔아 뭉갰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파워는 어느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도덕적 우위와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 파워는 국제적인 반발을 부르게 마련이다. 이성을 잃은 미국의 외교 태도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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