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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서리 논란' 여성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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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서리 논란' 여성계 속앓이

입력
200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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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가 신임 장상 총리서리를 둘러싼 논란에 술렁이고 있다.최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김무성 의원의 ‘대통령 유고시 어떻게 여성총리가 해 내겠나’는 여성 비하발언과 관련,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한간호협회 등 여성계는 일제히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16일 김무성 의원 사퇴요구 기자회견 및 한나라당 항의 방문, 장상 총리 지지성명서 발표 등을 계획했으나 15일 이를 전격 취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김의원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장상 총리를 둘러싼 최근 논란이 ‘여성총리 흔들기’로 싸잡아 무시하기에는 의혹이 너무 크다는 고민이 담겼다.

정강자(鄭康子)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김의원의 사의표명으로 여성계로서는 내밀 카드가 없어졌다.

국민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아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계가 신임총리에 대한 지지 재확인 성명을 낸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장상총리 서리의 장남이 한국국적을 포기한데 대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殷芳姬) 대표는 14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어린아들의 한국국적을 포기할 당시 신임총리는 갓 귀국한 젊은 여교수였고 장래 자식의 교육문제 등을 고려해서 교육복지정책이 앞선 미국의 국적을 포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옹호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에 힘을 실어주고픈 여성단체 집행부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 각종 여성단체 홈페이지엔 여성계의 장총리 편들기를 경계한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의 홈페이지엔 “여성이라는 이유로 맹목적 지지는 안될 말” “자식의 국적을 미국으로 바꿀 정도로 미국에 호의적인 편향을 지닌 사람이 재상자격이 있는가… 자진사퇴해야” 등의 비판의 글들이 올라있다.

또 여성부 홈페이지 토론방에는 “논점은 장상총리가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아니다. 도대체 총리가 될 사람이 조국의 위기시에 민중과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가 현재의 이슈”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화 시대에 아들의 국적이 미국이면 어떻고 일본이면 어떤가.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은 장총리이지 아들이 아니다. 신문에서 떠드는 것 자체가 여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옹호성 발언도 있다.

장총리를 지지하자니 국민정서에 반할 수도 있고 비판하자니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라는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성계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이경숙(李京淑) 부장은 “국가의 막중대사를 책임지는 중책인 만큼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편들거나 흔들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 여성계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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