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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급 실패가 부른 禍 불러…정부,재고별 사료용 처분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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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급 실패가 부른 禍 불러…정부,재고별 사료용 처분 배경

입력
200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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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도는 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가 급기야 쌀을 사료용으로 방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해외 무상 원조도 추진하고 있다. 보리고개를 겪어본 세대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법하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농업정책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엄청난 손실에 대한 책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생산은 늘고 소비는 줄고

지난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3,830만석이었다. 1998년 이후 해마다 생산량이 늘어난 결과다.

반면 쌀 소비량은 95년 3,858만석에서 지난해에는 3,515만석으로 매년 감소했다. 1인당 소비량도 95년 106.5㎏에서 지난해 88.9㎏으로 크게 줄었다.

농림부는 올해도 생산량이 평년작을 웃도는 3,600만석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올해 400만석 이상을 특별처분하지 않으면 수확기인 10월 이후 쌀 재고가 1,380만석에 달해 적정 수준(900만석 안팎)을 크게 초과하게 된다. 400만석의 재고 쌀을 보관하려면 연간 1800억(금융비용 포함)의 보관비가 든다.

농림부는 당초 대북 지원이 30만~50만톤(210만~350만석) 가량 이뤄질 것으로 기대, 재고 쌀 처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5월초 북측이 경협추진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해 쌀 지원논의가 중단되고 최근 서해교전까지 발생함으로써 쌀 지원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 재고처분 손실

재고 쌀 200만석(80㎏ 360만가마)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데 드는 손실은 대략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재고 쌀의 주종을 이루는 99년산 시중 판매가는 80㎏ 한가마에 14만4,900원, 배합사료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은 가마당 1만2,000원이다.

따라서 사료용으로 쓰일 경우 가마당 13만2,000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고 이는 재정(양곡관리특별회계)에서 떠안게 된다.

해외 무상원조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부담은 더 크다. 말 그대로 공짜일 뿐 아니라 운송비까지 원조국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지원과 같은 방식의 장기저리 차관을 검토했지만, 쌀 수출국의 반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는 그렇다 하더라도 2005년까지 해마다 200만~300만석의 재고 쌀을 같은 방식으로 특별처분해야 한다. 대북지원이 해마다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올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가 생산과잉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93, 95년 기상재해로 쌀 생산량이 크게 준 뒤 96년부터 증산정책을 펴왔다.

특히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 이후 동결했던 추곡 수매가를 현 정부 들어 해마다 인상한 것이 증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쌀정책이 화를 부른 것이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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