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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금은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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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금은 내자'

입력
2002.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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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 동부 내륙 후난(湖南)성 샤오둥(邵東)현 주민 2,000여명이 마구잡이식 공과금 징수 등에 항의해 난동을 벌였다. 공산당위원회 청사와 기물을 파손했다.2만여명이 이를 주변에서 지켜보았으나 시위대가 경찰을 구타해도 말리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중앙정부의 1급 청사가 주민들에 파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과 정부는 진상 조사 및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얼마나 분개했으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까. 세금이 호랑이보다도 무섭다는 옛말이 생각이 난다.

■이에 앞서 주룽지 중국 총리가 화를 냈다. 중국 부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다.

주 총리는 지난해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중국 10대 부호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 결과 아무도 개인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 다음 말이 더 재미있다.

자신도 봉급을 받으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부호들은 회사가 자기 것인데도 자기 수입을 회사 수입으로 합산해 납세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탈세의 ‘고전적 수법’이 중국에서는 아직 통용되는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현대 삼성 등 대그룹으로부터 모두 22억원을 받아 증여세 5억8,000만원을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조사,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부이사장측 변호인은 조세포탈은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현금으로 받아 수표로 바꾸기까지 한 사실로 볼 때 조세포탈을 위해 부정적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진실이야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아니 자괴심마저 든다.

전직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도 똑같이 조세포탈로 형을 살았는데, 이번에도 판에 박은 듯이 되풀이되다니, 선거를 했던 손가락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제나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인가. 서민들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을 것인가. “부정한 돈을 먹어도 ‘정당하게’ 세금은 내자!”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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