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자리를 놓고 연초 이후 앞서거니 뒷서거니 힘을 겨뤄온 ‘영원한 라이벌’ 내수주와 수출주의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조정장에서 모두 시세가 꺾인 까닭에 투자자들의 선택도 그만큼 힘들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4월 이후 시세가 줄곧 꺾인 수출주보다 내수주에 좀더 점수를 주지만, 환율추이에 따른 수출주 탄력 가능성에서 눈길을 떼기도 힘들다. 과연 하반기 장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내수ㆍ수출 승부 원점으로
지난 해 9월 이후 내수주가 상승장을 주도한 반면 올 2월 중순부터는 수출 모멘텀 기대감과 함께 수출주의 반등이 돋보였다. 환율이 4월 중순 이후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출주의 탄력이 다시 꺾이고, 전망도 불투명해지자 내수주로 다시 관심이 쏠리는 추세. 동원증권이 수출주와 내수주 대표종목 주가 추이를 지수화해 상대평가(연초 지수 100 환산)한 결과, 4월 초 내수주와 수출주는 각각 143.4와 166.3을 기록해 수출주의 차별적인 상승세가 돋보였지만 지난 주말에는 내수와 수출이 각각 134.8과 135로 거의 동일한 상승 폭을 기록했다. 양 주도주의 차별적 우위가 사라진 만큼 승부는 이제부터인 셈이다.
▼손은 내수주에 두고…
동원증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수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떨어진 만큼 수출주의 주도주 부상은 더욱 늦어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 주말 발표된 한ㆍ미 양국 소비지수에서도 뒷받침된다. 미국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해 11월 이후 최저치인 86.5를 기록하며 전월(92.4)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반면 우리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10.6으로 1998년 11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전략팀장은 “당장 현대차와 국민은행 중 하나를 고르라면 국민은행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인 것은 수출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단가 때문”이라며 “단가 상승으로 수출의 어려움을 만회했다는 의미이지, 수출 기대감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이슈리포트를 통해 소비패턴 변화에 적응한 신소비 관련주(유통, 엔터테인먼트, 홈쇼핑 등)를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꼽았다.
▼눈은 수출주에 두라
반면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등락 진폭이 적은 내수주의 특성상 수출 모멘텀이 회복되기 전까지 상대적인 강세는 가능하지만 GDP대비 내수 비중이 50%대에 머무는 현 경제구조상 한계를 안고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도 “빠질 때 덜 빠지는 종목이 좋다면 내수주이지만, 3ㆍ4분기 투자 수익은 수출주에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주에 대한 방향성이 흔들리면서 실망감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만큼 반등시 탄력이 클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결론은 “결국 환율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대신 나 팀장은 ‘환율이 끝없이 떨어질 수는 없다’는 철칙에 근거, “환율이 진정되고 지수가 800에 안착한 뒤부터는 수출주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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