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장상(張裳) 총리 서리의 도덕성 논란, 아태재단 문제, 서해 교전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특히 김 대통령은 두 아들의 구속기소와 관련, “지금처럼 참혹할 때가 없었다”면서 고통스런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_장 상 총리서리 아들의 국적과 부동산이 문제되고 있다. 검증은 했는지.
“사전 검증을 했다. 여러 말이 나와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 문제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이다. 임명동의는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_장 총리서리는 누가추천했나.
“장 총리서리는 내가 잘 안다. 내가 지시, 비서실장이 접촉했다.”
_포스트 월드컵을 위해 각 당 대선후보나 대표들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
“만나는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이니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잡히면 언제든지 만나겠다.”
_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해 좋지 않은 소문이 있다.
“대통령 건강은 국민에 감출 수 없다. 월드컵 때 밤 늦게까지 응원을 했고 일본도 다녀왔다. 이런 것을 보면 여러분이 제 건강을 잘 알 것이다.”
_두 아들의 구속 기소에 대한 소회는.
“뭐라 죄송한 말씀을 다할 수 없다. 과거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 감옥살이를 했고 30여년 연금과 망명, 감시 속에서 살았지만 지금처럼 참담하지는 않았다.
사형을 기다릴 때 고통스러웠지만 마음은 떳떳했다. 그러나 지금은 떳떳함도 없다. 월드컵 응원을 나갈 때 발이 천근처럼 무거웠다. 대통령이니 손을 흔들었지만 얼굴에 철판 깐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외가 말없이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던 적도 있다.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는 데 이의가 없다.”
_김홍일 의원 거취에 대한 생각은.
“내 자식이지만 선출직이니 본인이 판단,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_사정, 정보기관으로부터 아들 문제에 대해 들은 적이 있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사전 정보를 받지 못했다. 유감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있는데 제도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금 생각 중이다. 친인척 감시에 소홀한 점이 있어서 많이 반성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_청와대와의 갈등설로 법무장관이 교체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검찰이나 법무부나 법에 의해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충실히 업무를 수행할 것이며, 그렇게 하도록 대통령으로서 관리해 나가겠다.”
_대통령 아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가혹했다고 보는가.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야당에는 엄격하지 않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수사가 가혹했느냐, 편파적이었냐는 문제에 대해 지금 내가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검찰이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어느 사건은 철저히 하고, 어느 사건은 적당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_아태재단은 어떻게 되나.
“지금 아태재단은 부동산 자산이 100억원, 부채가 30~40억원인데 운영자금이 없어 휴식 상태다. 이번 검찰 발표에서 아태재단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내 자식과 기타 간부가 비리에 연루된 만큼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창설자로서 이사들과 상의, 아태재단을 전면 개편하겠다. 공익법인에 합치하는, 정치적 색채가 없는 명망있는 분들이 재단을 맡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나는 앞으로 재단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_서해교전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은 불법 도발한 북한 해군을 격퇴하는데 성공했다. 작전상 약간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것이 우리 해군을 폄하할 이유는 안 된다. 북한은 서해 도발에 대해 성의 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_북측의 서해도발이 북 지도부의 지시에 따른 것인가.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도발인지를 단언할 자료는 충분치 않다. 김 위원장이 지시했다면 남북공동선언을 위배한 중대 문제이고, 지시를 안 했는데 도발했다면 북한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어 역시 문제다.”
_개헌에 대한 견해는.
“개헌에 대한 의견이 있지만 지금 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퇴임 후에 필요하면 말하겠다. 나도 관심은 있다.”
_임기 후 시민으로 돌아가면하고 싶은 일은.
“퇴임 후 할 일을 생각중이나 아직 확정한 것은 없다.”
_전현직 국정원장들이 떡값을 준 데 대한 비판이 있는데.
“국정원장들이 개인적인 자기 돈을 줬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이 국정원장에게 돈 받은 것은 잘 된 것이 아니며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김 대통령은 이어 “관권시비가 없었던 지방선거처럼 대선도 치를 것”이라고 다짐하고 “정치권도 정책대결의 선거를 하고 국운융성으로 나가는데 협력해주기를 바란다”는 당부로 간담회를 마쳤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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