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용객이 7,000여명에 불과한 지하철 분당선 백궁역. 수도권전철역사중 유동인구가 가장 적은 역 중에 한 곳이지만 볼거리만큼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백궁역을 처음 본 사람은 지하철 역이 아니라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대합실 전체가 볼거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차 목형물, 철도탄생 63주년 기념 향로 등 100여점의 진귀한 철도 관련물을 비롯, 절구와 구형 컴퓨터 등 각종 생활 용품이 시대 순으로 전시돼 있다.
또 다람쥐들이 귀엽게 뛰노는 ‘다람쥐마을’과 1만5,000여권의 책이 모인 지하철도서관 등이 설치돼 승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역 출입구에는 2곳의 소형 공원과 10여 개의 화단이 조성돼 있고, 100개가 넘는 화분을 지하철역 내 곳곳에 전시하는 등 다른 지하철 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직원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백궁역이 이처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소로 변한 것은 1999년 8월 왕병기(王秉基ㆍ54) 역장이 부임하면서부터.
“승객들에게 약간의 여유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잡동사니’를 모아 전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왕 역장은 “이제는 역이 거의 소형 박물관수준에 이를 정도로 발전해 기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승객이 지하철 역사에 머무는 시간은 10분을 넘지 못한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승객에게 무엇인가를 서비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만든 의미 있는 동네 박물관인 셈이다.
전시물을 수집하기 위한 왕 역장은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는 아파트 경비들의 도움을 얻어 이사할 때 버리고 간 물건들을 뒤졌으며, 찾아낸 ‘보물’들을 직원들과 함께 리어카로 직접 실어 날랐다.
이 곳에 근무하는 직원이 모두 6명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물건처럼 전시품을 청소하고 관리해 왕 역장을 감격케 했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냉담했지만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주민은 소중하게 간직하던 자신의 귀중품들을 기꺼이 전시물로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과 성원에 힘입어 역내 미니박물관은 나름대로의 수준을 갖추게 됐다. 왕 역장은 “철도관련 전시품 중 철도탄생 63주년 기념 향로는 철도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공간은 다람쥐마을. 한 승객이 기증한 다람쥐 15마리의 재롱을 볼 수 있는 다람쥐마을은 최근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단체관람이 이어질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왕 역장은 “잠시 스쳐가는 곳에 불과하지만 우리 역에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 승객들이 너무 많아 이 곳이 이렇게 꾸며질 수 있었다”며 승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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