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까지 내놓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 실현계획’에는 과거 국토종합개발계획처럼 향후 20년간 도시 및 산업지도를 바꿀 만한 굵직굵직한 개발계획들이 모두 담겨있다.물론 무게중심은 기반시설 개발보다 국제적인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즉 각종 제도개혁에 맞춰져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관심은 내가 살고 있는 주변 지역이 어떻게 개발될 것인지, 언제부터 개발의 파급효과가 일어날 것인지 등에 쏠린다. 주요 개발계획의 청사진과 진척상황을 정리한다. ≫
■인천공항·부산·광양항 3大 '물류 축'
‘동북아 중심국 계획’은 ▦공항ㆍ항만시설의 확충 ▦비즈니스 거점 지역 개발 ▦물류네트워크 개발 등 3개 축으로 돼있다.
공항ㆍ항만 및 물류 네트워크 개발을 통해 동북아 물류기지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갖춘 거점지역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공항ㆍ항만 시설 확충
인천공항과 부산ㆍ광양항 시설을 확충하고 주변에 물류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그랜드플랜의 출발점이다.
인천공항은 2008년까지 활주로 1본(2개)을 비롯해 계류장, 탑승동 등을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확충한다.
또 화물터미널을 현재 4만평에서 2020년까지 13만평으로 넓히고 인천공항 배후부지 30만평은 2004년까지 각종 국제 물류기업체 및 보세창고 기지로 개발된다.
총 25선석 규모의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신항은 1995년부터 사업에 착수했으며, 2011년에 완공된다.
총 24선석 컨테이너 부두로 개발중인 광양항은 올해까지 8선석을 완공했고 나머지 공사는 2011년까지 마친다.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두 항구의 배후지역에 각각 93만평, 112만평 규모의 배후 물류기지가 2013년까지 완공된다.
▼비즈니스 거점 지역 개발
비즈니스 거점은 인천공항 인근의 영종도, 송도신도시, 김포매립지, 고양 등 수도권 서부 4개 지역과 부산ㆍ광양항 인근 2개 경제특구 후보지 등 6개 지역 개발계획으로 구성됐다.
우선 경제특구로 지정되는 영종도와 인근 용유ㆍ무의지구 총 783만평을 2020년까지 국제업무 및 종합휴양지로 개발한다.
영종도 570만평중 1단계 75만평은 이미 6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토지공사에서 인구 3만명 규모의 주거단지 개발을 준비중이다.
나머지는 산업ㆍ물류(88만평), 주거ㆍ관광지(284만평)로 개발된다.
용유ㆍ무의지구는 2000년 4월 CWKA사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현재 외자유치 협상이 진행 중인데 향후 10년여간 총 55억달러가 투자돼 호텔(8개동), 콘도미니엄(약 2,000실) 등 숙박시설과 테마파크 및 골프장 등 위락시설 89동, 1,000여실의 실버타운 및 대형 쇼핑센터 등이 들어선다.
송도신도시 역시 2020년까지 535만평을 개발, 상주인구 18만명의 경제특구로 개발된다. 모두 6공구로 나눠진 매립지 중 2ㆍ4공구 176만평의 매립이 완료돼 현재 기반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택단지 54만평은 작년 12월부터 용지를 분양중이고, 3만평 규모의 바이오산업단지는 10월부터 착공된다.
1ㆍ3공구 중 1공구 130만평 역시 98% 매립이 완료됐으며, 지난 3월21일 127억달러 규모의 국제비즈니스센터 외자유치 계약이 체결돼 개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포매립지 전체 개발면적 542만평중 33만평은 초고층 국제비즈니스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용지로, 167만평은 주거ㆍ업무ㆍ공공시설용지로, 320만평은 스포츠ㆍ레저용지로 개발된다.
주거용지(79만평)는 단독주택지(36만평), 연립주택지(13만평), 아파트부지(40만평)로 구분되며 외국인을 포함, 8만9,000명이 살 수 있는 2만8,000가구의 주택이 건립된다.
국제업무용지에는 미국의 월드트레이드센터와 같은 개념의 초고층 빌딩 3~4곳이 건립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도록 18홀 규모의 골프장 3~4곳과 43만평 규모의 테마파크가 조성된다. 고양지역은 경기도 및 고양시가 주체가돼 장기적으로 관광ㆍ숙박ㆍ전시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부산ㆍ광양항 인근의 동남ㆍ서남 경제특구는 부산의 경우 송정ㆍ미음신도시와 명지ㆍ신호 산업단지 등을 포괄하는 지역과, 광양의 경우 율촌단지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경제특구 지정 및 개발계획이 추진 중이다. 올 10월께 구체적 개발계획과 특구 범위가 지정된다.
▼기타 물류네트워크 개발 지역
대형 컨테이너선 및 중국 환적화물을 대상으로 수도권 항만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송도 남외항을 신항만으로 개발한다.
또 수심이 깊고 중국과 근거리에 위치한 평택항ㆍ목포신항을 대중국 화물을 처리하는 서해안의 중심항만으로 육성한다.
평택항은 현재 47선석을 추가 개발중이며, 목포항은 2011년까지 12선석 부두를 새로 건설한다. 이밖에 의왕ㆍ군포 등 수도권과 부산 양산의 복합화물터미널이 확장되고, 호남권ㆍ중부권ㆍ영남권에 내륙화물기지가 단계적으로 건설된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문제점
‘동북아 중심국가’의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부처간 이견 해소와 막대한 재원조달 등 넘어야할 고개도 널려있다.
1990년대 중반 영종도 신공항(당시 명칭) 조성 계획을 마무리할 때도 현재의 ‘동북아 중심국가’ 방안과 유사하게 공항 주변을 ‘동북아의 중심축’으로 만든다는 계획이 건설교통부에 의해 제시됐으나 재정경제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재경부의 의지와 달리 교육부 등 일부 부서에는 교육개방의 폭과 시기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의 심화와 그에 따른 투기과열과 지가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경제특구 등 외국인 우대정책으로 인한 내국인의 역차별 가능성과 한국계 귀화 외국인들의 병역면탈, 조세포탈 우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막대한 재정지원과 20여년에 걸친 장기적 추진 과제임을 감안할 때 사회적 저항감과 수차례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기본청사진이 원안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무한경쟁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장기간 실행을 거치면서 수정될 수 있으며 국가 장기발전의 청사진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밝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경제특구지역 달라지는 생활상
싱가포르 같은 국제도시가 인천 송도나 김포매립지에 들어서게 되면, 교육ㆍ문화ㆍ금융 등 전면적인 대외개방으로 한국인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경제특구 지역 주민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지만, 생활측면에서는 완전히 ‘세계인’이 된다. 우선 통화의 장벽이 없어진다.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등을 번거롭게 환전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각종 공과금이나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는 물론이고 자녀 용돈으로 달러를 건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를 익히기 위해 자녀들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 보내지 않아도 된다. 경제특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설립된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면 된다.
국제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학교 친구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며, 이들이 사용하는 공용어는 영어다.
외국인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진다. 대표적인 것은 외국인 전문의사와 약사가 근무하는 종합병원과 약국이다.
또 서울지역에 설립이 금지된 카지노도 들어선다. 미국이나 영국 등 현지 방송을 전송받아 외국인에게 그대로 방송하는 운영체계가 구축되며,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방송(드라마 등)을 영어자막으로 내보내는 전용 케이블도 설치된다.
경제특구 이외 지역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영국, 일본, 중국 등에서 원어민 교사를 대폭 초빙, 외국어 교육의 인프라가 확충된다.
또 외국 우수 대학원의 분교를 유치하는 한편 국내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국제화된 우수 인력을 조기에 양성한다.
이밖에도 운전면허시험장에는 외국인을 위한 별도의 영어시험이 실시되고, 도로교통표지판 및 일정규모 이상 음식점, 쇼핑센터, 여가시설 등의 안내판에는 국어, 영어, 한문을 함께 쓰는 것이 의무화된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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