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중인 기아특수강 매각문제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철강분야에서 대립이 뿌리깊은 현대차와 포스코의 인수 경합 가능성 때문이다. 자동차용 강판으로 쓰이는 열연강판 공급문제로 소송까지 벌여온 양사의 2차 대결도 예상되고 있다.기아특수강 인수에는 포스코 계열 창원특수강과 구조조정전문회사(CRC) 등 10여 곳이 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차측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사의 주가를 큰 폭으로 밀어낼 만큼 현대차그룹의 인수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사업성이 없어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수를 검토한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시장의 소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포스코에게 기아특수강은 ‘계륵’같은 기업이다. 국내 특수강 업계는 현대차 계열의 INI스틸과 삼미특수강, 포스코 계열의 창원특수강, 그리고 기아특수강 4개사로 짜여 있다. 현대차와 포스코 양사의 대결구도에서 어느 한쪽이 기아특수강을 가져가면 반대편이 타격을 입는 구조다.
그동안 포스코는 원활한 자재 공급, 겹치기생산 자제 등으로 기아특수강에 공을 들여왔다. 현대차가 기아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포스코는 생산제품이 유사한 창원특수강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강판의 현대하이스코와 함께 자동차특수강까지 생산하게 되면 자동차소재산업에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반대로 포스코가 가져가면 현대차는 포스코에 의존도가 높아져 일부 구매선을 해외로 돌려야 할 판이다. 특수강, 봉강, 스프링강 등 자동차 소재를 생산하는 기아특수강은 매출의 70% 가량을 현대차 그룹에 의존하고 있다.
득실 계산에 바쁜 양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이들은 어느 쪽이든 기아특수강 인수는 주가에 부정적이란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달 8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끝낸 기아특수강의 매각작업은 8월 23일 인수제안서 마감과 9월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치게 된다. 인수의사만 표하는 의향서 접수는 대리인이 나설 수 있어, 실제 인수 주체는 인수제안서를 통해 나타날 전망이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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