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2일 평화유지활동에 파견된 미군에 대해 1일 창설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기소를 1년 간 면책한다는 결의안을 승인함으로써 ICC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유엔헌장을 위반했다는 국제적 비판이 일고 있다.안보리는 이날 결의안 승인 직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에서의 유엔 평화유지활동 명령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보스니아에서의 1,500명의 유엔 경찰훈련단 평화유지 임무와 크로아티아 프레블라카 지역에서의 평화유지 활동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평화유지에 나선 미군이 다른 국가들에 의해 정치적 동기로 ICC 전범재판소에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의 6개월 연장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지난주에 1년 간 ICC 면책특권 부여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71개국이 비준하고 68개국이 서명한 ICC 창설조약인 로마조약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했었으나 부시 대통령이 취소해 국제사회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아왔다. ICC는 전쟁범죄자와 집단학살자를 재판하는 상설 국제기구이다.
ICC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번 결정이 로마조약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은 이번 1년 동안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어떤 미국 시민이라도 ICC에 의해 억류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과 기구들은 이 타협안이 ICC의 위상에 커다란 손상을 입혔다고 비난했다.
미군 기소면책과 관련해 공개회의를 주장했던 폴 하인베커 유엔 주재 캐나다 대사는 “오늘은 유엔 역사에 슬픈 날”이라면서 “우리는 이번 결과에 매우 실망했으며 유엔 안보리가 다른 기관에서 합의한 조약들을 해석하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안보리의 결정은 불법이며 부시행정부가 외교적 탱크를 몰고 ICC 법정을 깔아뭉갰다”고 혹평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리처드 딕커 국제사법프로그램 대표는 “미국의 강압에 따라 미국에 대한 예외적 특권을 인정한 셈”이라며 “이는 전세계의 분노를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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