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가 은행권을 시작으로 증권 투자신탁 등 제 2금융권으로 확산될 조짐이다.주5일 근무제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에게는 각종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토요 휴무를 위해 평일의 근무시간이 연장될 경우 초과근로수당이 늘면서 노동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특히 연·월차와 생리휴가 제도 등을 그대로 둔 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선진국을 능가하는 휴가 일수 때문에 생산이 차질을 빚고 비용상승 효과가 더욱 확대될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납기를 맞춰야 하는 공장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 납기 준수가 어려워지거나 건설현장에서는 공정에 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인 일본조차 이런 이유 때문에 20년이란 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기업의 비용 상승 요인을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하기 위해서였다.
주5일 근무제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의 단축에 걸맞게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근로자와 사용자는 주5일 근무제의 도입을 계기로 임금 및 노동시간 협상을 원만하게 타협하고 공동의 이익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고용 비용의 상승 효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립과 타성에 젖어있던 우리의 노사관계에 주5일 근무제가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확산은 근로자의 레저 활동을 증대시킬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 산업에 대한 신규 수요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가족 단위 주말 계획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술자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주말 여행 문화가 다양해지고 확대될 것이다.
또 레저 시장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전문 자격이나 어학 등의 학습활동을 늘리면서 관련 학습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처럼 레저나 학습 등에 대한 가계 지출이 늘어나면 직업을 가지려는 여성도 함께 증가할 것이고 가사노동을 대체 혹은 합리화하는 또 다른 서비스 시장이 형성될 게 분명하다.
소비형태의 변화도 주목거리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고 불가피한 경우 대형 할인마트에서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구입하는 서구식 소비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제조업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회 전반적으로 편안함과 오락성을 추구하는 트랜드는 여가 활동과 관련된 제품의 개발이나 오락성을 강조한 컨텐츠를 제품의 부가가치에 결합하는 형태로 제조산업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5일 근무제의 성패는 결국 비용상승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면서 보다 여유를 가진 라이프 스타일을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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