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허망하고 슬픈 일이 있습니까? 고 박정구 회장님!당신의 영전에 내가 서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고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당신과 나는 참으로 오랫동안 만나왔습니다.
저 광주고속 시절 그야말로 당신의 청춘시절에 우리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오늘날 금호그룹이 이만큼 큰 기업군으로 재계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이 있었습니다만, 나는 당신이 놓았던 커다란 주춧돌을 기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호방하고 박력있는 기업인으로 기억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매우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기업이 나가야 할 때는 그 어떤 사람보다 박력있게 나아갔지만 남에게 베풀 때는 호방하였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하였으며 또한 일이 추진될 때는 재삼재사 확인하고 점검하며 꼼꼼하게 확인하는 놀라운 성실성과 치밀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신께서 우리나라 재계의 창업자와 같은 연배는 아니었지만 일찍이 선친과 함께 광주고속시절부터 온갖 오욕을 감내하면서 오늘의 금호그룹으로 키워내셨습니다. 창업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금호그룹의 역사와 함께 하신 분입니다.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해 오면서 ‘집념’의 금호정신을 체득하고 실현한 지도자였습니다.
당신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늘 걱정하는 우국충정의 고뇌와 함께 했었다는 것을 나는 기억합니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함께 챙기던 거시적 안목을 가진 몇 안되는 참 기업인중의 한 분이셨습니다.
고 박정구 회장님!
당신은 금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챙겨오셨지만 이제는 마음을 놓고 편안히 떠나십시오. 그동안 당신이 몸소 실천한 참된 기업가의 모범적인 정신은 이제 금호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수많은 인재들의 혼 속에 금호의 정신으로 훨훨 타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든 걱정 뒤로 놓고 부디 영면하소서. 당신과 함께 금호그룹은 영원할 것이며 그때마다 당신이 여기 금호에 아로새겨놓으신 정신은 빛으로, 새로운 모험으로 그리고 마침내 이땅의 참다운 기업으로 영원할 것 입니다.
/황인성(전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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