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하늘'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델란드'갑자기 네덜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의 고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최근 네덜란드를 소개한 책 2권이 나왔다.
‘낮은 하늘’은 네덜란드의 사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한 반 데어 홀스트가 네덜란드인의 문화적 특징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김용규 대사 등 전현직 네덜란드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번역했다.
책이 전하는 네덜란드인은 우선 평등주의자이다. 오두막집도 없고 궁전도 없다.
군주조차도 사치하면 안된다는 전통 계율이 있다. 돈에 관한 전통적 행동양식을 따르지 않는 신흥 부자들은 떳떳하지 않은 구석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네덜란드인은 조직적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수첩을 갖고 다닌다. 점심이라도 먹자고 하면 수첩을 열심히 뒤져 빈 시간을 찾아낸다. 남의 사생활은 참견하지 않는다.
해변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입을 맞추고 팔을 두른 채 껴안고 있는 연인을 보고도 신경 쓰지 않는다. 책은 이밖에 오랜 기간 계속된 물과의 싸움에서 저절로 몸에 익은 실용성, 세계를 향해 뛰어나가려는 무역지향성 등을 네덜란드인의 특징으로 들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는 삼성그룹 재직시 현지 전문가로 네덜란드서 1년간 생활하고 그 뒤 네덜란드의 화훼산업을 벤치마킹, 화훼산업 전자상거래 모델을 수립한 김신홍씨가 썼다.
경험이 녹아있어서 생생한 이야기가 많다.
친구 생일에 좀 비싼 선물을 했다가 ‘짠돌이 네덜란드인’들로부터 한국의 형편없는 졸부 아들쯤으로 창피 당한 일, 현지 어학원에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남이 있다“고 하자 결혼은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네덜란드 선생이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 의아해 한 일 등이 재미있게 적혀있다.
소변을 볼 때 무언가를 조준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의 심리를 이용, 스킬폴공항 소변기에 파리 한마리씩을 그려놓고 소변이 튀는 것을 막으려 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기도 한다.
저자도 한 반 데어 홀스트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인을 지독할 정도의 구두쇠, 경제적 실리를 위해 누구와도 거래를 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 마약을 허용하고 안락사를 가장 먼저 시행한 자유분방한 사람들로 소개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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