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전임 시장 밑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라며….”“당신은 우리학교 동문, 고향 후배니까….”
민선 3기 지자체들이 광역ㆍ기초 가리지 않고 출발부터 각종 인사잡음으로 삐걱대고 있다. 수장 교체 이후 전임 지자체장 치하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이 대거 숙청되는가 하면, 도를 넘은 ‘자기 사람 심기’와 논공행상식 인사로 자질 시비 등 잡음이 꼬리를 물고 있다.
■ 휘몰아치는 피바람
경기 수원시는 요즘 피냄새가 자욱하다. “누구 누구는 전 시장 측근 5인방” 등 난무하던 숙청설이 8일 인사로 그 실체를 드러낸 것.
심재덕(沈載德) 전 시장의 고교 후배인 재정경제국장이 환경사업소장으로 밀려났고 전ㆍ현직 비서실장은 구청과 의회로 쫓겨갔다. 반면 김용서(金容西) 신임 시장의 S고 동문들은 날개를 단 채 요직을 점령해 가고 있다.
전북도도 숙청인사로 술렁댄다.
강현욱(姜賢旭) 전북지사는 2일 단행된 인사에서 경선 당시 상대 후보의 고교 동창생인 김모 과장을 도로관리사업소장으로 좌천시켰고, 전 지사 시절 회계과장 등을 지낸 인사를 새만금사업소장으로 사실상 쫓아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체장이 교체된 지자체 대부분이 마찬가지여서 인사를 앞둔 공무원들의 얼굴 마다엔 ‘긴장감’과 ‘패자부활의 기대심’이 교차하고 있다.
■ 꼬리무는 자질시비
자기 사람 심기 인사가 도를 넘다보니 곳곳에서 자질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인천의 경우 안상수(安相洙) 시장이 독직사건과 연루돼 사퇴한 전 농림부 차관보 안모씨를 정무부시장으로 내정,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 경북 경주시는 검증되지 않은 외부인사를 비서 등 별정직으로 잇따라 채용, “구조조정으로 내년초까지 수많은 공무원들의 목이 달아나는 판에 웬 신규채용이냐”는 공무원들의 볼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도 마찬가지. 9일 발표된 6급 이상 승진예정자 12명 가운데 7명을 구청장과 같은 특정지역 출신으로 채워지자 공무원 직장협의회 등이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전횡과 잡음이 터져나오지만 제어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과 영남권은 한나라당이, 호남권은 민주당이 집행부와 의회까지 장악, 견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원 경실련 관계자는 “각종 불협화음과 공직 내부 마찰을 막기 위해 공무원 노조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 등을 구성, 공정인사의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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