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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심상찮은 올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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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심상찮은 올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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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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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풍이 심상치 않다. 기상관계자들은 서태평양상의 태풍 발생이 잦고 앞으로 최소 3,4개 대형급이 우리나라를 내습할 것으로 보고 있다.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 발생하는 태풍이 강력하고 대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여기에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늦여름과 초가을에 까지 태풍이 발생,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때문에 5호 태풍 ‘라마순’이 큰 피해없이 지나갔지만, ‘검은 전주곡’이었다는 섬뜩한 해석까지 낳고 있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7월에 들어서자마자 서태평양 등에서 3개의 태풍이 연이어 발생했다.

‘라마순’도 사실상 7월 태풍으로 본다면 월초에 7월 평균발생 갯수(4.1개)를 모두 채운 셈이다. 라마순은 발생초기 중심풍속 44㎙(초속), 중심반경이 800㎞를 넘는 초대형이었다.

▶ 대형 태풍 이제 시작

위험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열대 태평양 해역에 정상보다 1~2도 높은 28~29도의 고수온대가 광범위하게 발달, 엘니뇨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크게 늘어난 수증기가 동풍을 타고 태풍 발생지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부근의 서태평양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돼 태풍을 크고 강하게 키우고 있다.

둘째는 좀처럼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다. 저기압은 공기를 중심으로 끌어 당기지만 고기압은 밖으로 밀어낸다.

태풍은 그런 고기압을 뚫을 수 없어 주변 경계선을 따라 진행하게 된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예년의 경우 7월에 우리나라를 뒤덮고 그 가장자리가 서해와 북쪽끝에 위치하면서 태풍은 그 가장자리인 중국동해안이나 우리나라의 서해를 따라 북상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 고기압의 힘이 약해 현재 우리나라 남쪽지방까지만 세력이 확장된 상태여서 우리나라 내습태풍이 많아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상청 박정규(朴正圭)기후예측과장은 “열대 태평양의 고수온현상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약세가 계속된다면 올 여름철 후반과 가을초까지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태풍피해 천문학적

태풍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피해규모만 본다면 130억여원의 물적손실을 입힌 ‘라마순’은 태풍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순수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2000년 환산금액으로 1조1,040억여원, 호우(2조6,961억여원)에 이어 두번째며 자연재해로 인한 전체 재산피해(5조9,686억여원)의 18.5%를 차지한다.

하지만 태풍은 보통 집중호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가장 많은 피해를 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99년8월 전국을 강타한 태풍 ‘올가’는 바람과 함께 집중호우를 몰고 와 당시 화폐가치로 만도 1조49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인명피해도 엄청나다. 1936년 8월에 내습한 태풍은 1,232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냈다. 해방후 최악의 태풍으로 기억되고 있는 59년 태풍 ‘사라’는 849명, 87년 ‘셀마’는 345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재해대책 기술과 기상예측이 발달해 인명피해는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태풍 ‘프라피룬’은 2000년 8월31일 대구와 울산을 제외한 전국을 강타해 2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그 해 자연재해로 전체 사망ㆍ실종자 수는 49명이었다.

▶ 태풍의 순기능

하지만 태풍은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태풍이 몰고 오는 비는 매년 우리 수자원의 20~30%를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4년 태풍 ‘더그’는 유난히 무덥고 가물었던 그 해 여름을 해갈해 줘 ‘효자태풍’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태풍은 또 바다를 적조현상을 차단하고 바다의 어자원을 풍부하게 한다. 평균적으로 볼 때 태풍의 힘은 2차 대전때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진 원자폭탄 1만배. 이 힘으로 바다를 뒤집어 해수를 순환시키면서 플랑크톤을 떠 올려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 한다.

기상청 김승배(金承培) 공보담당은 “태풍은 기상학적으로 열대지방의 에너지를 전 지구적으로 분산시켜 전 지구적으로 대류를 순환시키고 온도를 조절해준다”며 “태풍의 다양한 순기능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상청 통계 분석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올해는 열대 태평양해역 해수면 고온현상과 함께 전지구적인 이상기후를 초래하는 엘니뇨 발달조짐까지 나타나 기상당국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4일 '엘니뇨 현황 및 전망'을 통해 "적도 지역 날짜변경선 부근의 중태평양에서 나타난 해수면 고온현상이 동태평양으로 확장되면서 엘니뇨 발달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엘니뇨 발생가능성을 인정했다.

기상당국이 긴장하는 것은 엘니뇨가 나타나기 시작한 해의 우리나라 여름철엔 내습태풍이 잦았고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는 특성을 보였기 때문.

기상청이 1971년부터 2000년까지 엘니뇨가 시작된 해의 여름철 날씨를 분석한 결과 7~9월 사이에 평균 4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내습해 평년(3.3개)보다 많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음으로써 기온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태풍의 강도가 특별히 강하거나 규모가 큰 경향을 보이진 않았다는 것.

1972년부터 최근 1997년까지 엘니뇨가 발생하기 시작한 해는 9개 년. 태풍 '글래디스'가 내습해 103명의 사망ㆍ실종자와 3,159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91년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해는 내습태풍의 수는 많았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기상관계자들은 엘니뇨가 태풍의 에너지공급원 역할을 함으로써 태풍발생과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온도가 높아진 해수면이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생성, 이것이 저위도 동풍을 타고 태풍발생지인 서태평양에 집결해 태풍발생 빈도와 강도,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여름철 바다가 차가울수록 강성해지는 북태평양고기압은 엘니뇨 같은 해수면 고온현상이 나타나면 힘을 쓰지 못한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 7,8월 한반도를 충분히 덮지 못하면 태풍의 내습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은 공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고기압을 뚫지 못하고 주변 경계면을 따라 움직이는데 약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경계가 한반도 중간이나 일본쪽에 걸쳐 있으면 태풍은 그 경계선을 따라 우리나라로 내습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최근 남미 페루 앞바다 동태평양의 고수온대는 약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대형 엘니뇨의 발달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발달하더라도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엘니뇨 발생징후와 함께 열대 태평양 고수온현상의 발달속도와 형태에 따라 태평양 연안지역에 극단적인 기상현상과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부근 페루앞바다 동태평양(남위5도~북위5도, 서경 120~170도) 해수면 온도의 5개월 평균이 평년보다 0.4도 높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시기별 태풍 특징

'7,8월 다우약풍(多雨弱風), 9월에는 소우강풍(少雨强風).'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은 시기별로 모양새와 특징이 다르다.

태풍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 그 이유. 태풍이 동중국해나 서해를 따라 북상하는 7, 8월에는 우리나라가 태풍의 동쪽편에 위치해 남풍을 받게 됨에 따라 상당히 많은 비가 오지만 바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남풍이 머금은 막대한 양의 수증기는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할 경우 산악지역에 국지성 집중호우를 뿌린다. 반면 동해쪽으로 빠지는 9월 태풍은 차고 건조한 반면 바람은 상대적으로 강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처음 한반도를 내습한 '라마순'은 특이한 진로를 거쳐갔다. 공기를 밖으로 내뿜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우리나라 전체를 덮지 못한 상태에서 몰려 와 '7월 태풍'이면서도 한반도를 관통한 후 동해로 빠져나가는 양상을 띠었다. 9월 태풍과 유사했던 셈이다.

또 수증기를 많이 품은 남풍을 몰고와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찬바다에 오래 머물러 힘과 수증기를 빼앗겨 예상보다 적은 비가 내렸다.

한편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1971년~2000년 30년간 서태평양에서 총 809개 태풍이 발생했고, 이중 101개가 한반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매년 평균 27개가 발생하고 3.3개가 한반도에 타격을 입힌 셈이다.

태풍의 내습은 6월 29개, 7월 39개, 8월 39개 등 90%가 7~9월 사이에 집중됐다. 가장 빨리 찾아온 태풍은 61년 5월28,29일의 '베티'이며, 1906년에는 10월23,24일 영향을 미쳐 가장 늦은 태풍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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