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비수기인 7월에 기업들과 광고업계가 각기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광고전의 대표적인 사례는 500억원대 소송으로 비화한 SK텔레콤과 KTF. KTF의 ‘세계 1위 이동통신업체’ 광고에 대한 SKT의 반격으로 시작된 광고경쟁은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는 대한항공의 승리로 굳어진 상태다.
양사 시비의 발단이 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 이산(17)이 아시아나의 광고내용과 달리 대한항공을 타고 축구유학을 갔기 때문.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아시아나 TV광고에 방송불가 판정을 내려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 주었다.
광고전은 그동안 우유업계의 저온살균ㆍ고름 우유와, 맥주업계의 물 논쟁에서 뚜렷히 부각됐다. 논란을 주도했던 파스퇴르우유와 하이트맥주는 이로인해 인지도를 신속히 끌어올렸다.
제과업계의 오리온과 롯데의 초코파이, 소주업계의 산소주와 참이슬의 광고전도 관심을 끈 경우. 라면업계에선 삼양의 수타면 광고가 농심 신라면의 모델을 그대로 기용한 것은 물론 카피까지 유사한 ‘사나이 울리는 수타면’을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업들의 광고경쟁은 작년 9월 비교광고가 공식 허용되면서 자주 벌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내 과점 제품 광고의 경우 경쟁제품을 깎아내리는 식의 광고로 전개돼 볼썽 사납다는 지적이다.
광고업계는 기업들이 전에 없이 경쟁 프리젠테이션(PT)을 도입하면서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1983년 이후 금강기획이 도맡아온 현대자동차 광고는 올해 5월 제일기획이 월드컵 기업PR광고를 맡은데 이어 이번에 휘닉스컴이 베르나 광고를 따냈다.
제일기획의 수주는 당시 삼성전자-현대차간 컴퓨터와 자동차 맞구매의 영향이 컸지만, 이번 휘닉스의 수주는 일부품목의 독점광고를 무너뜨린 것이란 평가다.
대우자동차도 94년부터 ‘탱크주의’로 대우의 이미지를 높인 코래드에서 광고 전량을 제작했으나 최근 약 120억원어치를 집행할 예정인 이미지 광고의 제작사로 리엔디디비를 선정했다.
연간 국내 650억원과 해외를 포함해 약 3,000억원대 광고를 집행하는 현대차는 앞으로 제품별로 경쟁PT를 통해 대행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코래드 박종성 국장은 광고주들의 선호, 외국계 대행사의 선전 등으로 경쟁PT가 유행하면서, 물량이 동일한 광고시장에서 수주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계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98년 7.6%에서 지난해 36%까지 높아졌고, KTF광고를 맡은 외국계 TBWA는 업계 6위에 올랐다.
경쟁PT의 정착에 대해 광고업계는 실력 이외의 것이 작용하는 업계 관행을 막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경쟁PT에 참여할 경우 제작비가 최소 5,000만~1억원에 달하는 등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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