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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나라, 라오스를 찾아서…스님들 가정예불 생활화…삶이 곧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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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나라, 라오스를 찾아서…스님들 가정예불 생활화…삶이 곧 수행

입력
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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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6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앤의 한 주택가. 인근 사찰 왓 반시빌라이에서 주홍색 가사를 걸친 스님 5명이 저녁 식사를 마친 룸캄 사이사나(67)씨 집을 방문했다.이날은 룸캄씨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저녁 예불이 있는 날이다.

2층 거실에서 30여분간 진행된 예불은 룸캄씨 가족이 바나나 잎으로 만든 ‘마빙’이라는 꽃 장식 속에 종이 돈을 꽂아 스님에게 공양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스님들은 룸캄씨 가족의 머리와 팔, 다리 치수와 꼭 같은 길이로 가느다랗게 만든 초를 태우면서 염불을 했다.

초가 녹아 촛농으로 흐르듯이, 룸캄씨 가족이 속세에서 지은 업(業)을 모두 녹여내기를 축원하는 의식이다.

라오스 사람들은 이처럼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심지어 꿈자리가 사나울 때도 인근 사찰을 찾든지 스님의 방문 축원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인구 40만의 비엔티앤에만 300여 개의 사찰이 있고 대부분이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스님들의 오후 일과 중 하나는 가정 방문 축원이다.

전 국민의 95%가 불교 신자인 라오스에서 불교는 단순한 신앙이 아니다. 일생을 통해서 실천해야 할 생활습관과 가치관까지 제시해주면서 사람들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전국에 2,500여 개의 사찰(라오스어로 ‘왓’)이 있고 2만5,000여 명의 스님(라오스어로 ‘쿠바’)이 활동하고 있어 남방불교 국가 중에서도 대표적인 불국토의 나라로 손꼽힌다.

라오스 남자들은 일생 동안 한번은 출가해 스님이 된다. 특히 부모가 상을 당했을 경우 자식들이 절에서 다비식을 마친 뒤 7일간 삭발하고 출가하는 전통이 있다. 대신 한국 불교에 비해 출가와 환속이 자유롭다.

한국에서는 한번 환속하면 다시 불교에 귀의할 수 없는 반면, 라오스에서는 환속은 개인의 자유다.

사찰에 왓시탄르아(초등학교) 왓후아루앙(중학교) 왓속팔루앙(고등학교) 비탄야라이(대학교) 등 정규 교육과정에 상응하는 교육기관을 설치한 것도 출가한 스님들이 환속할 경우를 위한 일종의 배려이다.

라오스 불교는 한국 중국 일본의 대승불교와 달리 중생 구제보다는 개인적인 수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승불교.

그러나 이곳에서는 부처님의 초기 경전과 수행 방법을 보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스스로 근본불교(테라바다)라고 부른다.

수행법은 위파사나 수행법. 한국의 선 수행과 달리 좌선과 경행(經行)을 번갈아 하면서 명상을 한다.

라오스 불교의 자부심은 엄격한 수행생활의 전통에서 나온다. 몸에 돈 한푼 지니지 않고 탁발(托鉢)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라오스 스님들의 삶은 청정(淸淨) 그 자체다.

스님들의 일과는 오전 4시에 시작돼 밤 11시면 끝난다. 특히 오후 12시30분 이후에는 물 이외에는 절대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혹독한 수행을 한다.

그래서 스님들의 사회적 위상이 높고 일반인들의 존경심도 크다. 단기 출가와 달리 정식 출가하려면 행정기관과 라오인민혁명청년동맹 등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탁발은 일체의 물욕을 배제하고 살아가겠다는 수행자의 의지이자, 부처의 깨달음을 찾아 나서고 그것을 다시 대중에게 베푸는 스님들에 대한 대중의 후원이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10일 오전 5시 비엔티앤의 새벽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로 시작됐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대통령궁 앞에 모여든 불자들은 철 발우를 가슴에 품고 탁발에 나선 스님들에게 새벽 일찍 정성들여 준비한 밥, 과일 등 공양을 올렸다.

14세기 이후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탁발 행렬이다.

조계종 총무부장 원택 스님은 “대중과 함께 생활하면서 생계와 사찰의 관리는 일반 신도에게 모두 맡기고 수행에만 전념하는 라오스 불교의 전통은, 산중의 사찰 운영을 위해 대형 불사(佛事)에 집착하는 한국 불교가 나아갈 길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말했다.

신도들의 집을 방문한 라오스 스님들이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예불을 드리고 있다.(왼쪽) 오전 5시30분이 되면 라오스 스님들은 탁발에 나선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라오불교협 종정 비칫스님

라오스 불교가 1975년 인도차이나 반도의 공산화 과정에서도 불교국가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은 라오불교협회(Lao Buddhist Fellowship Organization)와 신도들의 단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라오불교협회는 라오스 불교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 역할을 한다. 11일 비엔티엔 중심부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있는 왓 탈루왕에서 94년 라오불교협회장 취임 이후 라오스 불교를 이끌고 있는 종정 비칫 싱가랏(67) 스님을 만났다.

“소승 불교와 대승 불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의 근본 교리에 있어서는 모두 하나입니다. 대승, 소승 불교의 차이는 문화적 차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어느 것이 보다 앞선다는 식의 인식은 옳지 않습니다.”

비칫 스님은 한국의 선(禪) 불교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대승불교와 소승불교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국과 라오스 양국이 교류를 통해 불교의 발전을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오스 불교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종단 운영과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다. 비칫 스님은 “라오불교협회에는 경영, 교육, 홍보, 불사(佛事)를 담당하는 4개의 위원회가 있고, 부종정이 4명 있다”며 “이 같은 전문적인 지원에 힘입어 베트남 등 인근 사회주의 국가에 비해 라오스에서 불교가 융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앤티엔 동뜨 사원 내에 있는 라오스 유일의 승가대학은 1년의 예비과정, 3년 정규과정을 갖추고 250명 학인 스님들에게 불교학은 물론 영어 불어 수학 과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13세 때 출가한 비칫 스님은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위파사나 수행을 하고 있으며 종정 취임 이후에도 새벽이면 탁발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라오스 불교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강조하는 것은 공동체 안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면서 교류하는 마음”이라면서 “대승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한번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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