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의 유럽무대 진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월드컵 4강신화를 일궈내며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송종국(23ㆍ부산) 이천수(21ㆍ울산) 등 한국축구대표선수들에 대한 유럽구단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스앰튼으로부터 계약 제의를 받은 이천수는 11일 “국내 첫 프리미어리거가 되고 싶다”며 “다음주 초부터 이적 협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종국은 “스페인 등 유럽의 4,5개 구단에서 에이전트를 통해 이적 제의를 해 온 것으로 안다”며 “구단의 동의를 얻어 늦어도 8월에는 유럽무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차두리의 아버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도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레버쿠젠측이 두리가 최소 2년간은 독일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적협상은 베일 속에 진행되는 데다 소속구단과 에이전트, 선수간 이해 관계와 자존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섣불리 전망할 수 없다.
일부에선 월드컵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구체적 협상 제의를 받은 선수는 거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유럽진출이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강 진출과 기량은 별개
유럽 프로리그는 대부분 8,9월 시작된다. 따라서 국내 선수들이 유럽에서 2002~03시즌에 뛰려면 이달 안에 계약을 끝낸 뒤 팀 훈련에 합류해야 한다. 2000년 안정환(26)이 페루자에 진출한 시기도 시즌 개막 2달 전이었다. 국내 선수들은 이처럼 계약조건과 함께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유럽 진출이 쉽지 않은 까닭은 월드컵 이후에도 선수들의 기량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4강 진출이 곧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보증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단의 딜레마
국내의 한 에이전트는 “국내 구단이 이적에 적극 동의한다면 대부분의 대표선수들을 유럽에 진출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그러나 “유럽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 선수를 200만달러 이상 주고 영입한 전례가 없는데도 국내 구단은 최소 500만달러의 이적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선수들의 몸값을 재는 눈높이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얘기다. 반면 울산구단 관계자는 “사우스앰튼이 보내온 문서는 단지 이천수를 전지훈련에서 테스트하고 싶다는 뜻”이라며 “이적료나 연봉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보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해외이적 어떻게 하나
유럽진출 협상은 항상 비공식적으로 이뤄진다. 또 이적협상은 단계가 복잡하고 대부분 협상이 초기단계에 그쳐 유럽진출을 확신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선수의 영입을 원하는 해외구단은 해당 선수의 몸 상태와 소속구단의 이적동의 여부를 묻는 신원조회를 통해 영입가능성을 타진한다.
신분을 확인하는 첫 단계가 이른바 해외구단의 러브콜이다. 신원조회를 마친 해외구단은 에이전트에 소속구단이 원하는 이적료와 희망 연봉을 묻는 등 본격적인 협상테이블을 마련한다.
이적협상의 실무를 책임진 에이전트는 국내 선수들의 유럽진출이 결코 낙관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많은 해외구단이 신원조회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이적료 등을 논의하는 2차 단계에 돌입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김석찬 이플레이어 실장은 “신분조회 요청만 가지고 이적타결 가능성이 언론에 거론되는 건 문제”라며 거품을 우려했다. 국내 구단과의 협상이 해외 구단과의 이적협상보다 어렵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다.
한 국내 에이전트는 “규정상 구단의 요구조건을 100% 만족시켜야 해외진출이 가능하다”며 “유럽에서 관심을 보이는 선수 대부분이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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