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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술렁인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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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술렁인 검찰

입력
2002.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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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1일 격랑에 휩싸였다.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이 오전에 전격 경질된 데 이어 이임사를 통해 청와대가 김홍업(金弘業)씨에 대한 수사에 압력을 넣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었다.

이어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 한때 위기감이 감돌았다.

또 전직 총수였던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의 사법처리가 발표되고, 김진관(金鎭寬) 제주지검장도 소환조사를 받는 등 검찰 역사상 유례없는 진통과 충격을 겪은 하루였다.

■ 송 장관의 경질 및 이임사 파문

‘법무일몽(法務一夢)을 깨고나서’라는 제목의 송 장관의 이임사에는 “누구라도 검찰 상사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중립과 독립을 지켜주어야 한다” 등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있어 진화기미를 보이던 수사 외압설 파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은유적 문구지만 오히려 직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송 장관이 경질되자 검찰은 “예상은 했지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검사들은 이번 장관교체를 청와대의 수사압력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했고, 특히 선거중립내각 성격이 강한 이번 개각에서 주무 장관인 법무부장관에 호남 출신인 김정길(金正吉) 장관을 기용한 것은 교체명분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신임 김 장관의 재기용에 대해선 “검찰 행정에 밝고 합리적 성품이어서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이 많으나 “집권말기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 이명재 총장 사표제출 배경

이 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최근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살리기 위한 승부수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주말 이후 검찰 일각에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소환 및 사법처리에 반대 여론이 돌고 밖으로는 김홍업씨 구속을 문제 삼아 법무ㆍ검찰 수뇌부 동시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이 무렵 이 총장은 부쩍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 총장은 미리 준비해 둔 ‘사직의 변’에서 “신 전 총장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인간적 고뇌도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 또다시 검찰에 실망한 국민과 상처를 입게 된 검찰조직을 위해 어떤 것이 최선의 길인지 깊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한 후에도 이 총장은 계속 거취를 고민하다가 “여기서 물러나면 조직이 더 큰 상처를 입고 동요가 온다”는 간부들의 집단건의에 밀려 ‘잔류’를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 간부는 “이 총장의 사퇴의사가 워낙 강한데다 청와대의 분위기도 장담할 수 없었으나 사표가 반려돼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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