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만 있고 호재가 없다. 엔론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진 기업 부정 사건에다 환율 불안, 추가 테러 위험등이 복합된 추락이 계속되면서 월가에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2ㆍ4분기 기업 실적도 눈에 띄는 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어서 당초 바닥을 칠 것으로 보였던 미 증시는 상당 기간 회복의 전기를 맞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뉴욕 증시 폭락은 우량주가 선도하고 있다. 전통 산업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는 10일까지 연 3일 동안 무려 6%나 급락했으며 대기업 위주의 스탠더드&푸어스(S&P) 지수는 10일 하루에만 3.4%나 떨어졌다.
특히 대표적인 투자 지표인 S&P 지수는 10년 호황의 끝 무렵인 2000년 3월 고점에 비해 현재 40% 가까이 하락해 1973~74년 중동 석유 위기의 여파로 21개월 동안 48%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27개월 동안 계속 상승 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 지수로만 본다면 지금 뉴욕 증시는 1946~48년 이후 50여년만에 가장 긴 약세장을 맞은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론 사태로 시작된 부실 회계 파문은 타이코, 글로벌 크로싱 등으로 번진데 이어 최근에는 아델피아, 월드컴, 머크로 확산해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까지 기업 부정 사건에 얽히고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이 파문이 11월 중간선거까지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불안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도 불안 요인이다. 미 달러화는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당분간 회복의 가능성을 찾기 힘든 상태고 결국 국내 투자 자금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1ㆍ4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 6.1% 상승 등 거시 지표 호전의 탄력을 받아 기업 실적을 낙관하던 분위기도 지금은 사라졌다. 분기 중 실적 악화 경고 공시 비중은 낮아졌지만 실적 호전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조짐이다.
분석가들은 시장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지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수익 호전 발표가 있더라도 뉴욕 증시가 연이은 부정 사건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투매 심리는 다우 지수가 8,000선에 이를 때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향후 20년 안에 1만 선을 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MSNBC방송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다우 지수는 1929년 대공황으로 폭락한 뒤 다시 예전의 고점을 찾는 데 25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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