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프렌즈’를 통해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한일 공동제작의 물꼬를 튼 MBC TV가 일본 후지TV와 공동제작하는 ‘소나기, 비 개인 오후’도 11월 선보일 예정이다.3일 일본에서 촬영에 들어간 ‘소나기, 비 개인 오후’는 서울서 오빠가 살해된 일본인 여주인공 치즈루가 사건을 수사하는 한국인 형사 홍대순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
후지TV의 타지마 다이수케(田鳥大輔)와 MBC의 소원영 PD가 공동 연출한다.
CF모델 출신으로 지난해 일본의 최고 화제드라마였던 후지 TV ‘러브 레볼루션’의 주연 요네쿠라 료코(米倉京子)와 SBS ‘줄리엣의 남자’에 출연한 지진희가 각각 남녀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나카무라 토루도 여주인공의 오빠로 출연한다.
MBC는 ‘프렌즈’와는 달리 ‘소나기…’에서는 우리측 역할 비중을 대폭 줄였다.
MBC프로덕션과 일본 TBS가 각각 4억원, 28억원을 들여 공동 제작한 ‘프렌즈’는 기획 연출은 물론이고 극본 미술 기술 스태프까지 모두 똑같이 참여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대본 집필 과정에서도 양국의 문화를 동등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신경전도 많이 벌였다”고 ‘프렌즈’의 한국측 연출자 한철수 PD는 말한다.
이 때문에 MBC는 후지TV와의 계약부터는 일본과 한국이 교대로 주도권을 쥐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소나기…’는 먼저 일본이 극본부터 연출까지 책임진다. 극본은 일본 작가 후지모토 유키(蘇本有紀)가 집필하고, 1,2부 모두 후지TV의 타지마 다이수케(田鳥大輔)가 연출한다.
공동연출자인 MBC 소원영 PD는 일부의 연출을 맡으면서 드라마 내용이 우리 정서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검토하는 정도에 그친다.
‘소나기…’를 기획한 MBC 최창욱 프로듀서는 “‘프렌즈’에서 겪어보니 대본을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작가가 공동집필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극적 완성도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더라”고 말한다. 내년에는 한국 주도로 한일합작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프렌즈’가 국내에서 16.8%, 일본에서 15%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방영 후 남자주연 원빈의 주가가 일본내에서 올라가면서 MBC는 한일합작 드라마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정서와 제작 시스템의 차이는 계속 풀어야 할 숙제.
‘프렌즈’ 방영 후 논란을 일으킨 일본어 대사 문제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당시 문화관광부 산하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 지명관 위원장이 일본어대사가 그대로 방송에 나온 것을 문제삼았으나 이후에도 일본어 대사에 대한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소나기…’는 남녀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은 영어로 처리해 전체 대사 중 영어가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일본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하고 자막처리키로 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일본의 방송 드라마가 미개방 분야이기 때문에 원칙상 드라마에서 여과없이 일본어 대사를 쓰는 것은 이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에서의 일본어 사용에 대한 지침은 일본문화 추가개방때나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명관 위원장은 “방송에서 일본어 대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나 ‘프렌즈’때 일본어 대사가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전혀 받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일본어 대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는 과제를 두번째 한일합작 드라마는 제기한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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