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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폭락의 원인과 파장 / 달러 약세 과도한 불안심리에 '하락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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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폭락의 원인과 파장 / 달러 약세 과도한 불안심리에 '하락 악순환'

입력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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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또 폭락. 최근들어 미국 달러가치 하락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시장 불안심리가 증폭(overshooting)되고, 이 같은 시장심리가 환율을 과도하게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물론 시장에 외국인 주식순매수, 미국 기업의 회계분식 스캔들, 일본 엔화 강세 등 객관적인 달러 약세 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시장안정의 가장 큰 적(敵)은 과장된 달러 약세 분위기에 ‘중독’된 시장심리이다. 외환당국의 원론적인 발언 한마디에도 불에 기름을 부은 듯 불안한 시장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달러 사자’ 세력을 모두 삼켜버리는 양상이다.

8,9일 이틀간 무려 22.70원이나 급락한 원ㆍ달러 환율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000억원 발행 등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 선언에도 불구하고 10일 또다시 하락, ‘환율하락 추세는 굳건하다’는 공감대가 정부 의지를 눌렀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심리를 뒤흔드는 요인은 엔화가치 폭락세. 엔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때론 그보다 과도하게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4%나 오른 8일 대만은 0.2%, 싱가포르 0.5%, 필리핀 0.3%, 태국 통화는 0.5%의 절상률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 원화는 1.1%나 올랐다.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과 수출상품 경합도가 높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엔화 절상 폭을 그대로 쫓아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인접한 이웃인데다 무역구조가 비슷해 ‘일본이 움직이면 우리도 덩달아 움직인다’는 심리가 외환딜러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면 해외 동향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동경 외환시장은 서울과 같은 시간대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 딜러들이 거래를 할 때 가장 큰 기준이 된다.

시장 불안 심리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수출입 업체들은 ‘미루고 당기는(lead and lag)’ 전략을 취한다. 즉,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수출대금 결제(종합상사)를 빨리 앞당기고 수입결제(정유사)는 뒤로 늦추는 것이다.

받을 것(달러)은 빨리 받고, 지불할 것은 늦추면서 시장에 달러 공급 물량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 환율이 내려간다고 생각되면 시장심리가 한쪽으로 향하는 ‘쏠림현상’이 이처럼 환율하락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외국 투자펀드 등 역외세력의 투기성 매매가 판을 치면서 역내 거래자의 ‘역외 눈치보기’가 극심해지는 것도 시장불안심리 증폭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한국의 경제회복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원화 강세 기대심리를 부풀리고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이 가세, 시장 심리의 편중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요즘 환율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동인은 시장심리”라며 “시장에 하나의 트렌드가 자리잡으면 시장개입으로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실탄장전(개입) 자체가 낭비가 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신승관박사는 “심리적 쏠림현상이 진정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규모가 커져야 하며 달러 일변도(85%)인 수출 결제통화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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