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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YMCA 야구단' 김혜수 "야구단 감독맡은 유학파 신여성役 흠뻑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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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YMCA 야구단' 김혜수 "야구단 감독맡은 유학파 신여성役 흠뻑 빠졌어요"

입력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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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제가 촬영장에서 인기 1위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3위로 밀려난 거예요. 옛날에 홈런을 치면 응원석이 있던 기생들이 “에헤라디여” 하면서 일어나 창을 불렀다는데, 그날 기생역을 맡은 여자 두 명이 현장에 나타난 거지요. 하하하.”김혜수의 웃음 소리는 언제나 호쾌하다. 1905년 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단을 그린 ‘YMCA 야구단’(감독 김현석)의 막바지 촬영중인 전주 현장의 김혜수.

야구선수가 된 송강호 김주혁이 화면에 많이 나오는 스포츠 영화지만, 그녀는 선비 출신 타자와 일본 유학파 출신 투수 사이에서 묘한 경쟁심을 유발시키는 여주인공이다.

당시 종로2가 태화관(YMCA가 있던 건물)에 우연히 축구공을 주우러 들어온 선비 송강호에게 야구공을 보여주고, 그가 처음으로 배트를 휘둘러 홈런을 치는 것을 보고 “야구선수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도 바로 정임 역의 김혜수다.

송강호는 이때부터 야구단 감독인 정임을 흠모하게 되고, 김혜수가 김주혁과 한때 약혼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음을 졸이게 된다.

독립투사의 딸로 프랑스 유학까지 한 신여성 정임은 20대 초반, 김혜수는 70년생이다.

“감독님 말씀이 당시 20대 초반이면 지금의 30대 초반이라는데요.”

미국에서 공수한 1900년대 초기에 만든 300만원짜리 치마에 블라우스를 입은 그는 정임 역에 전혀 부담이 없어 보인다.

날렵한 눈썹을 그대로 길러 다소 두텁게 된 것 말고 다른 변화는 없는데도. “눈썹을 기르니 좀 촌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순박하고 어려보이는 것 같죠?”

지난해 여름 논지 니미부트르(태국), 진가신(홍콩), 김지운 세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쓰리’(8월23일 개봉예정)를 촬영할 때만 해도 그의 이미지는 꽤 어둡고 묵직했다.

“그간 건강하고, 밝다. 뭐 이런 이미지로만 기억됐었는데 좀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것보다는 김혜수라는 개인이 너무 튀는 것도 같았고. 그래서 ‘쓰리’부터는 영화 고르는 기준을 좀 바꾸고 있는 중이에요.”

‘섹시한 스타’ ‘육감적인 스타’라는 수식에서도 벗어나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요즘 자신이 얼마나 비중있느냐 보다는 시나리오나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그리고 감독의 능력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그래서 고른 것이 ‘YMCA 야구단’.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요. 독립운동, 야구단이란 소재에 갇히지도 않고, 드라마 호흡도 너무 좋고. 시나리오를 다 읽고는 대체 코미디인가, 휴머니즘 드라마인가 헛갈릴 정도로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정임은 명랑만화 주인공처럼 공주풍 드레스를 자주 입고 나온다.

“밝고 건강하다는 면에서는 전에 맡았던 드라마 ‘국희’의 주인공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좀 달라요. 페미니스트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신이 드러나는 여자가 있잖아요. 정임도 그런 성격이에요. 반상의 구분이 없어졌다 해도 당시에는 노비출신이 던진 공을 양반이 받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대요. 이런 시대 상황에서 독립에 대한 열정을 가슴 깊이 품고 있는 여자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죠.”

약을 뿌리면 모기가 눈처럼 떨어지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김혜수는 인터뷰를 하면서 수박과 방울 토마토를 연신 먹고 있었다.

“밥을 좀 많이 먹는 걸 빼고는 100% 프로 연기자”란 제작사의 농담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YMCA 야구단' 제작현장

고려시대 세워진 전주 향교(사적 379호)는 전주지역 유림들의 정신적인 고향. 이 곳이 영화 세트장으로 바뀌어 야구복을 입은 영화배우들이 뛰어 다닌다.

1905년은 갓 쓰고 도포 입은 이들과 양복을 차려 입은 신사들이 공존했던 시대.

당시 국내 최초로 결성된 야구단을 소재로 한 ‘YMCA 야구단’(제작 명필름)은 서울에서는 도저히 촬영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해 전북 전주 일대에 세트장을 지었다.

YMCA 야구단이 탄생한 태화관은 전주향교(사적 제379호)의 현판을 바꾸고, 담장 색을 새로 입혔다. 당시 전차가 다니던 종로 대로는 전주시 제 3공단에 만들었다.

1억원을 들여 재현한 전차는 배터리 충전방식으로 ‘히로(Hero)’ 등 당시 일본을 거쳐 들어온 양담배의 광고판이 붙어있고 양품점 등으로 거리 상점들을 재현했다.

오픈 세트 제작비용은 전차를 합쳐 3억5,000만원. 전주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규모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었다. 종로의 뒷골목은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의 ‘취화선’ 세트장을 이용할 예정이다.

야구에 관한 사료가 별로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도 숙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미 야구 영화를 한번 경험한 적이 있는 김현석 감독은 역사적 얼개에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경기 직전 “파이팅” 대신 “잘하세!”로 바뀌는 식이다. 4월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전북 임실, 경북 안동, 경남 거제에서 이달 말 촬영을 마치고, 올 추석 개봉할 예정이다.

전부=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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