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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EO 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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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EO 가 떨고 있다

입력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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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수난 시대를 맞고 있다.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의 주범으로 그동안 여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렸던 CEO들은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기업부정 방지대책의 칼끝이 대부분 자신들을 겨냥하자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CEO가 사태 수습을 위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엔론에서 월드컴, 제록스, 최근 머크에 이르기까지 끝을 모르고 터져나오는 부정의 ‘증거’ 앞에 맥을 못춘 채 묻히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정부 개혁안에 대해 “법률까지 고치는 대대적 개혁없이 회계부정 파문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친기업적 성향의 부시 행정부가 결국 두 손을 들은 것”으로 분석했다.

BBC는 “미국 대통령 최초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지녀 평소 기업규제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던 부시 대통령이 더 이상 득이 될 게 없는 ‘CEO형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포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9일 미 정부의 개혁안은 사실상 CEO들의 ‘환골탈태’를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CEO들의 사기행각이 수백만 보통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며 “자기 규제가 부족한 CEO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 모든 사법 수단을 동원할 것”을 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CEO들에 대해 연례기업보고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봉급, 상여금 등을 솔직히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권력을 남용한 CEO들이 다시는 공개적으로 기업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회계조작 등 부정으로 획득한 CEO의 모든 자금은 몰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 CEO 공세’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이제 CEO들이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속옷까지 다 벗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기업이 지금까지 당연히 여겼던 ‘CEO들의 기업주식 매각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됐다”며 “이는 1990년대 경제 호황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앞으로 개인적으로 자사 회계의 진실성을 입증해야 하는 CEO들이 수많은 회계장부의 한줄 한줄까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CEO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정부와 이사회 등 위로부터만이 아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0일 최근 잇따른 기업 스캔들로 구직자들이 회사의 명성이나 보수 등 기준 외에 장차 모시게 될 CEO의 윤리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CEO의 윤리성이 한 회사의 장래에 주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각 기업들이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앞다투어 한층 강화된 윤리기준을 공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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