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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매맞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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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매맞는 미국

입력
200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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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에이즈총회에서 9일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미국 정부 대표로 참가한 토미 톰슨 보건부장관이 연설하자 행사장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일부 관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톰슨 장관에 손가락질을 하며 나가라고 소리쳤다. 보도진은 이들이 내건 반미 플래카드, 험악한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느라 회의장은 난장판이 됐다.

톰슨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간신히 연설을 마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소란스러운 구호에 묻혀버렸다.

혐오증이라고 해도 좋을 듯한 미국에 대한 반감은 이제 세계 어디를 가도 맞닥뜨리는 하나의 조류가 돼 버렸다.

미사일방어(MD) 강행,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 국제형사재판소 반대, 일방적 중동정책 등 국방 환경 인권 외교 등에 걸친 조지 W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는 그러나 조금도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민간인 50여명을 희생시킨 아프간에서의 오폭, 의정부에서 발생한 두 여중생 사망 사건 등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대외정책에서 도덕적 불감증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미군을 ‘해방자’ 라 불렀던 아프간의 백성들은 이제는 미국이 ‘점령자’라는 시각을 갖게 됐다.

전 세계적인 반미 물결을 보는 미 국내 등 전문가들의 시각은 미국 정책의 천박성이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과거 반미가 미국의 패권주의 등 고도의 정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의 반미는 미 정권의 도덕성 붕괴에서 오는 대중적 혐오감의 발산이라는 것이다.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우방이든 적국이든 개의치 않겠다는 미국적 발상에 대한 분노인 것이다.

요즘 미국 고위 정책입안자들의 얼굴에는 순교자 같은 결연함이 배어 있다. 세계를 이끄는 미국의 의지가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다는 표현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군중의 반미 시위로밖에 ‘응징’할 수 없다는 게 지금 국제사회의 현실이자 비극이다.

황유석 국제부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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