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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소설집 '객수산론' 낸 김원우씨 "지식인의 난민의식을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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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소설집 '객수산론' 낸 김원우씨 "지식인의 난민의식을 풍자"

입력
200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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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2000년 여름 이맘때 한강변을 달리던 택시 안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유리 파편이 쏟아졌다. 얼굴을 붕대로 싸매고 병원에서 두어 달이나 누워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살아간다는 게 힘들고 괴로워졌다.”

그래서 김원우(55)씨는 여덟번째 소설집 ‘객수산록(客愁散錄)’(문학동네 발행)이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원우씨가 7년 만에 내놓는 소설집이다. 원고지 400매가 넘는 중편 2편과 200매 분량의 중편 1편, 단편 2편이 묶였다. 그는 전5권 분량의 중편소설전집을 펴냈을 정도로 중편에 천착해 온 작가다.

“사회의 풍속을 드러내고 제도와 싸우는 데 중편이 적합하다. 호흡이 맞기도 하고.”

김씨 소설의 주제 의식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그는 맛깔스러우면서도 냉소적인 세태 풍자를 통해 사회의 병리 현상을 낱낱이 파헤쳐 왔다.

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두고 김씨는 “지식인의 난민 의식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로 명명된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근대의 개념이 활착하지 않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우울한 풍경을 그린 것이다.

중편 ‘반풍토설초(反風土說抄)’에는 이 근대성의 괴리에 대한 통렬한 일갈이 펼쳐진다.

“우리에게는 그것(근대)이 부분적으로, 또 일시적으로 삐걱거릴 뿐더러 수시로 통째 망가져 버린다. 그러니까 막상 근대를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근대 이전의 재현에 그치고 말거나 근대 그 자체의 논란으로 영일이 없다.”

그의 작품은 이렇듯 근대의 실상을 헤집는 것에 집중된다.

중편 ‘무병신음기(無病呻吟記)’에서 중년 교수는 돈 문제로 끙끙 앓고, 이웃집 부인은 바람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독일 파견 간호원 출신 처형은 독일인과 결혼해 힘겹게 일하면서 살아간다.

“금전 문제와 여성의 억압이라는 전근대적 기제가 (독일로 대표되는) 세계로 확대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명퇴를 앞두고 근대의 상징인 백과사전을 탐독하는 은행지점장, 써지는 말이 아니라 쓸 말을 찾느라 낑낑대는 작가 지망생 아내, 굳었던 초심은 사라지고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게 된 변호사 등 표제작 ‘객수산록’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은 내실화하지 못한 근대의 적나라한 풍속도다.

김원우씨가 우리 문단에서 소중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찰진 문체 때문이다. 그는 한 페이지를 읽다가 사전을 두 번 이상 찾아야 하는 소설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믿는다.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쉽게 쓰여지는 것으로 비춰져 못마땅하다고 했다. 김씨는 사어화(死語化)한 우리말을 되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서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의 잔치가 벌어진다.

‘뜸직뜸직 말하던, 그 좀 탁하달까, 자다 깨어났달까, 거물거리던 김선생의 전화 음성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벌써 햇수로 5년째 김선생의 까다롭고 불친절하며 줄변덕도 심한 성격이라기보다도 피새내기에 관록이 올라붙은 나름의 성미를 지켜봐온 만큼 그날 그 전언의 울림은 제법 제격으로 다가왔다.’(‘반풍토설초’에서)

새 작품집의 등장인물은 작가와 교수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자신의 자리와 겹쳐진다. 김씨는 1999년부터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해왔다.

가르치는 일로 너무나 분주해서 이전처럼 여유있게 소설을 쓰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숨

통이 트이는 방학이라도 겨울에만 창작에 전념할 수 있을 뿐 여름에는 흐트러지기 쉬운 탓에 독서에 열중한다는 김씨는 “최근 읽은 책 중에는 ‘사생활의 역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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