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고공낙하하며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지켜오던 1,200원선을 마침내 깬것은 물론 1,190원선마저 위협했다.하루 하락폭(13.50원)으로도 작년 5월2일(16.90원 하락)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 폭락은 엔화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달러 당 118엔대를 기록한 데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순매수를 위해 투자자금(달러)을 원화로 대거 바꾸면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넘친 데 따른 것이다.특히 이날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3,200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 사흘간 6,800억원을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 팔자'주문이 쏟아진 것이 폭락의 주원인이 됐다.여기에 머크가 124억 달러 규모의 사상최대 회계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엔·달러 환율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이날 수차례의 구두개입과 일부 국책은행을 통한 달러 매수에 나섰으나 달러가치 폭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달러가 세계적인 약세를 보이고,엔화가 초강세를 나타내는 한 한국정부의 단독 개입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화가치 향방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움직일 것"이라며 "그러나 외국인 주식순매수나 엔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기 때문에 환율 하락세도 점차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반면 외환시장 관계자는 "잇따른 미국기업 회계스캔들로 인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반면 우리 경제는 순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경제력을 반영한 환율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딜러들은 이미 달러당 1,180원선 진입을 염두에 두고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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