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의미에서 단막극과 연속극의 차이점은 이랬다.등장인물의 적고 많음, 이야기 구조의 단순함과 복잡함. 그러나 시청률이 모든 드라마 품질의 잣대가 된 요즘, 차이점은 이렇게 바뀌었다.
부자들의 적고 많음, 자극적인 소재의 유무, 인기 레퍼토리의 반복 여부.
MBC가 5일 방송한 ‘베스트극장-테헤란 연가’(극본 조명주, 연출 고동선)와 지난달 24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극본 임성한, 연출 이주한)는 이같은 단막극과 연속극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론은 방송사 밤9시 뉴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일드라마를 ‘더욱 화려하게, 자극적으로’ 만들어라.
첫째, 부자들의 적고 많음. 부자들의 생활일수록 화면에는 윤기가 흐르기 마련이다.
‘인어아가씨’는 ‘귀족 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부자들이 많다. 톱 영화배우(한혜숙), 신문사 사주(김병기), 고급 의상실 사장(고두심).
이들은 언제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 수입과일 아니면 비싼 양식을 먹는다.
이에 비해 ‘테헤란 연가’는 술집 아가씨(서유정)와 빌딩 경비원(이형철)이 주인공. 이형철이 여자친구 서유정을 집에 데려갔을 때에도 이들은 달동네 옥상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었다.
둘째, 자극적인 소재의 유무.
‘테헤란 연가’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이 일하는 빌딩의 한 여성 직장인을 짝사랑하다 결국 순박한 술집 아가씨를 선택한다는 줄거리.
중요한 것은 역시 지위나 외모보다는 속마음이라는 다소 평범한 메시지다.
‘인어아가씨’도 ‘한 남자, 두 여자’의 구도를 택했지만 자극성은 훨씬 강하다.
신문사 사주의 아들 이주왕(김성택)이 여기자인 예영(우희진)을 버리고 선택할 다음 여성이 바로 그녀의 이복자매 아리영(장서희)이기 때문이다.
‘인어아가씨’의 이복자매간 대결구도는 MBC가 이미 수차례 반복하고 있는 인기 레퍼토리이다.
올해 2월 방송된 수목드라마 ‘그 햇살이 나에게’, 방송중인 아침드라마 ‘황금마차’ 모두 이복자매가 출연한다.
밤9시 뉴스 후에는 평범한 소재의 ‘테헤란 연가’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면서, 뉴스 전인 가족시청시간대의 일일연속극에서는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한 MBC.
뉴스 시청률을 위한 채널잡아두기의 그 몸부림이 안쓰러울 뿐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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