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주최하는 제14차 세계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총회가 7일 전 세계 에이즈 전문가와 운동가, 의사, 정책입안자 등 1만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6일 간 일정으로 개막됐다.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인 이번 회의에서는 아프리카, 중국, 구 소련권 등 개발도상국의 에이즈 확산 방지대책과 이에 따른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연구가 발표될 예정이다.
피터 피오트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총장은 개막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아직 에이즈 초기에 머물러 있다” 며 “피해가 심각한 국가에서조차 에이즈가 수그러들 조짐은 전혀 없다” 고 재앙을 경고했다.
30여년 전 에이즈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는 세계적으로 4,0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나 획기적인 에이즈 퇴치 방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7개국의 경우 평균 수명은 에이즈로 인해 40년 전보다 감소했고 중국과 구 소련권,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에이즈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3년 간 에이즈 환자가 15배 이상 늘었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자 사이에서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98~2000년 25개주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1만 6,600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감염 원인으로는 동성과의 성관계가 43%, 이성 간 관계가 27%, 정맥주사를 통한 마약에 의한 것이 23%라고 이날 발표했다.
피오트 사무총장은 “에이즈 피해가 극심한 국가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며 지난해 유엔 특별총회에서 합의한 각국 정상들의 에이즈 퇴치기금 기부가 내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차기 에이즈 총회 때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98년 이후 선진국의 개발도상국 에이즈 퇴치 지원액이 6배 증가해 연 28억 달러에 이르지만 아직 필요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토미 톰슨 미국 보건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에이즈 퇴치를 위한 국제 예산을 연간 7억 2,600만 달러에서 11억 2,000만 달러로 증액했으며 2003 회계연도에는 국제 및 국내 에이즈 대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억 달러 늘어난 161억 달러를 책정했다고 밝혔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사하라 남부는 붕괴 지경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가 에이즈로 무너져가고 있다.
지구상에서 에이즈가 가장 창궐하고 있는 이 지역의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수는 지난 해 2,850만명, 사망자 수는 220만명에 달해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최고 30년까지 단축됐다.
카렌 스타네키 미국 인구통계국 보건연구실장은 7일 개막한 세계 에이즈총회에서 보고서를 통해 에이즈 확산이 특히 심각한 아프리카 7개국은 평균수명이 40세도 안 된다고 밝혔다. 에이즈 감염률이 가장 높은 보츠와나의 경우 올해 현재 평균 수명은 39세에 불과했다.
에이즈가 없었다면 이 나라의 평균수명은 74.4세 정도일 것이라고 스타네키 실장은 말했다. 이 나라는 성인의 에이즈 감염률은 38.8%에 이른다. 평균 수명이 이처럼 크게 단축된 것은 특히 중년층이 에이즈로 인해 줄어들고 5세 전에 사망하는 어린이가 많기 때문이다.
보츠와나는 이미 에이즈로 인해 전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남아공 모잠비크 레소토 스와질란드도 인구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후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에이즈로 인한 인구 감소는 인구 구조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사회, 경제에 수세대 동안 커다란 공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하라 이남의 에이즈가 자연적 한계에 이르렀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지난 해 새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350만명에 달해 이 같은 기대가 무너졌다고 유엔에이즈(UNAIDS)보고서는 밝혔다.
임신 여성 중 HIV 바이러스 감염자 비율이 보츠와나는 1997년 38.5%에서 2001년 44.9%로, 짐바브웨는 97년 29%에서 2000년 35%로, 나미비아는 98년 26%에서 2000년 29.6%로, 스와질랜드는 98년 29.6%에서 32.3%로 증가했다.
그러나 에이즈가 가장 먼저 휩쓸고 간 우간다의 경우 캄팔라 지역의 임신 여성 감염률이 92년 29.5%에서 2000년 11.25%로 떨어지는 등 예이즈 예방 대책이 효력을 발휘하는 곳도 있다.
아프리카외에도 아시아, 카리브해 연안, 동유럽 등에서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UNAIDS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는 그 동안 약물 투여와 비위생적 수혈에 의해 에이즈가 전염된 것과는 달리 성접촉을 통한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말 현재 4,000만명에 이른 전세계 에이즈 감염자를 지역별로 보면 ▦북미 95만명 ▦서유럽 55만명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100만명 ▦카리브해 연안 42만명 ▦북아프리카 및 중동 50만명 ▦동아시아 및 태평양 100만명 ▦중남미 150만명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 2,850만명 ▦남부 및 동남 아시아 560만명 ▦호주 및 뉴질랜드 1만5,000명이었다.
이들 중 성인은 3,710만명, 15세 미만 어린이는 300만명이며, 여성은 1,85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신규 감염자 500만명 가운데 성인이 420만명, 15세 미만 어린이는 80만명이었으며 여성은 200만명으로 나타났다. 에이즈 사망자 300만명 중 성인은 240만명, 15세 미만 아동 58만명이었으며 여성은 110만명이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백신개발 어디까지
에이즈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 데 주력했던 과거 치료방법에서 바이러스가 파괴한 인간의 면역체계를 재건하는 방향으로 에이즈 치료약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항(抗) 레트로 바이러스 약이 올해말 시판될 예정이라고 7일 전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CD_4 세포라 불리는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점차 파괴하는데, 면역요법은 인체가 이같은 면역세포들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방송은 CD_4의 수를 증가시키는 인터루킨_2(IL_2)을 포함한 몇가지 약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 비용이 덜 드는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질 속에 화학 콘돔을 착용,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법도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효과가 입증된 상태는 아니다.
한편 미국 에이즈국제학회(IAS_USA)는 이날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7월 10일자)에 “아무 증상이 없는 초기 에이즈 환자가 치료제를 서둘러 복용할 필요가 없다” 는 새 치료지침을 발표했다.
에이즈 치료 시점에 대한 새로운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지침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혈구(CD4)의 수치가 미국 보건부가 종전 권장한 1㎣당 350개에서 1㎣당 200~300개까지 떨어진 뒤 투약 치료를 시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감염자가 발생하면 바이러스를 치료가능한 만성 에이즈로 진행시키도록 하기 위해 치료약을 즉각 투여했다.
이 학회는 에이즈 치료약의 부작용에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에는 과거보다 적은 복용량으로 더 많은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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