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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월드컵이 가져온 놀라운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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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월드컵이 가져온 놀라운 한국

입력
200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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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박수와 함성, ‘대~한민국!’ 응원 구호가 거리를 떠나지 않았다.갑자기 온 국민이 단순한 팬을 넘어 축구 전문가가 되었고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길거리 응원단에 합류했다.

첫 주엔 동네 은행 직원들이, 둘째 주엔 슈퍼마켓 직원들이 모두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나는 올림픽보다 월드컵이 더 좋다. 너무 많은 종목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올림픽과 달리, 월드컵은 대충 보아도 쉽게 흐름을 따라 잡을 수 있다.

축구는 또 위대한 스포츠다. 누구도 끝까지 어느 팀이 이길 것인가를 확신할 수 없다. 축구 경기에선 ‘팀의 사기’와 ‘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에게 적지 않은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첫째, 월드컵 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한국 축구팀이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준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자국이 개최한 대회에서만 한 번씩 우승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홈 경기는 개최국에게 큰 이점이 있기 마련이다.

둘째, 한국 팀은 공정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포르투갈 전과 동시에 열린 폴란드-미국 전에서 폴란드가 압도적인 점수 차로 이길 때 나는 한국이 지기를 바랬다.

그래야 강팀 이탈리아가 아닌 상대적 약체인 멕시코와 경기를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스포츠 정신으로 끝까지 경기를 이끌었다.

이탈리아나 독일이 다음 경기를 생각해 일부러 비기는 경기를 치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셋째, 시청 앞 광장의 붉은 인파가 지구촌 곳곳에 보도되면서 한국의 축구 팬들은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붉은 악마는 경기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한반도 전체로 끌어냈고 한국이 독일에 패했을 때도 서로를 축하하는 모습은 스포츠 정신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 동안 월드컵은 한국을 세계에 소개할 기회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지금 더욱 두드러진 것은 월드컵이 한국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나 역시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엔 붉은 티셔츠를 입었는데 사람들이 놀라며 반가움과 친근감을 표시했다.

경기가 끝나면 이전의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행동 양식이 출현했다. 모르는 사람이 등을 두드리며, 악수를 청했다. 맥주 값도 받지 않았다. 월드컵은 한국에게 대단한 경험이었다.

/스벤 울로프 울손 스웨덴인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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