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수와 현직 최고위급 간부의 동시소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7일 검찰은 끝 모를 비탄에 잠겼다.일선 검사들은 “어쩌다 검찰이 이렇게 됐느냐”고 자괴하는 한편, 일부 수뇌부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이 ‘정검(政檢) 유착’의 묵은 관행을 끊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검찰 조사 및 귀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7일 오전 6시30분께 13시간여의 마라톤 조사를 마친 뒤 지친 모습으로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섰다.
일단 풀려났으나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었기에 신 전 총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신 전 총장은 귀가 후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외부에서 수사에 대한 대응책을 지인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신 전 총장이 특유의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태도로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 애를 썼다고 전했다.
김대웅 광주고검장 역시 격앙됐던 첫 조사 때에 비해 안정되고 협조적인 진술태도를 보였다. 김 고검장은 그러나 자신과 신 전 총장이 같이 전화를 걸었다는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진술과 관련, “내가 하면 했고 신 총장이 하면 했지 같이 전화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부인하는 등 조사실 밖으로 고성이 새 나오기도 했다.
김종빈 중수부장, 박만 수사기획관 등 수사팀 관계자들은 신 전 총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7일 새벽까지 청사에 남아 수사상황을 지휘하는 등 초긴장 상태였다.
이에 앞서 6일 오후 4시55분께 대검청사에 도착한 신 전 총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체어맨 승용차에서 내렸다.
총장에서 물러난 이후 6개월만의 첫 친정 방문이었으나 그의 신분은 참고인이었다. 신 전 총장은 현관에 나온 대검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에게 “오랜만이야. 토요일 오후에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며 인사를 건네는 등 여유를 보이려 애썼으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소회는 무슨 소회”라고 웃어넘겼다.
신 전 총장은 곧장 7층 중수부장실로 올라가 김 중수부장, 담당 검사인 이재원(李載沅) 중수3과장과 인사를 나눈 후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당초 이날 오전 출석키로 했던 신 전 총장은 “선약이 있다”면서 소환을 8일로 연기했다가 오후2시께 다시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오후에 출석하겠다”고 밝히는 등 출석시점을 놓고 고심했다. 김 광주고검장은 앞서 오전10시께 4월24일에 이어 두 번째로 검찰에 출석했다.
▲ 검찰 반응
전ㆍ현직 두 고위간부의 소환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한마디로 “참담하다”는 반응이었다. 박 만 수사기획관은 브리핑에서 “괴롭다”고 심경을 전했고 또 다른 대검의 한 검사는 “오늘처럼 검사라는 직업이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느껴진 적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방의 한 검사는 “정권에서 보기에 검사는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고 쓰고 나면 다시 넣어두는 서가에 꽂힌 장서와도 같은 존재였다”며 “이런 악습의 순환이 이 사건을 계기로 끊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무마 압력이 있었다는 물증도 없는 상태에서 전직 총수를 소환하는데 대해 일부 검사들의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고위층의 처신에 대한 자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라고 전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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