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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집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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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집에 가는 길

입력
2002.07.08 00:00
0 0

-장철문-

내 집까지 가는 길도

집 앞에서 내리지 않고

미리 내려 걸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내는 경주로 수련회 가고

나는 강원도에서 한 보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낯설다

오래 걷지 않으면

이 길도 잊혀질 것만 같다

집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곳까지 가는 걸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무늬인 것만 같다

아내와 함께 무늬 지어 가는

이 가벼운 집이 곧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시인의 말

삶에 머무는 바가 없다는 것이 편안할 때가 있다.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경계쯤에서 고통의 들보가 서는 걸 보곤 한다. 시가 올 때, 가끔은 쓰지 않고 바라보기도 한다. 이것이 어디서, 어떻게 와서 머물려는가 하고.

■약력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서쪽’ 동화 ‘노루삼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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