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문-
내 집까지 가는 길도
집 앞에서 내리지 않고
미리 내려 걸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내는 경주로 수련회 가고
나는 강원도에서 한 보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낯설다
오래 걷지 않으면
이 길도 잊혀질 것만 같다
집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곳까지 가는 걸음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무늬인 것만 같다
아내와 함께 무늬 지어 가는
이 가벼운 집이 곧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시인의 말
삶에 머무는 바가 없다는 것이 편안할 때가 있다.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경계쯤에서 고통의 들보가 서는 걸 보곤 한다. 시가 올 때, 가끔은 쓰지 않고 바라보기도 한다. 이것이 어디서, 어떻게 와서 머물려는가 하고.
■약력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서쪽’ 동화 ‘노루삼촌’ 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