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검찰에 소환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밤샘 조사를 받고 어제 귀가했다. 전직 검찰 총수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4번 째다.지난 해 ‘이용호게이트’ 당시 수사정보를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웅 광주고검장도 함께 조사를 받았다. 전ㆍ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가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잇달아 소환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무척 허탈하고 착잡하다.
신 전 총장에 쏠린 의혹은 모두 권력 핵심의 청탁과 닿아 있다. 서울지검이 수사한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사기사건의 수사상황을 알려주고, 평창종건 뇌물공여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측의 청탁에 따른 것이다.
또 지난 해 11월 ‘이용호게이트’의 수사정보를 누설했다는 의혹은 이수동씨와 관련돼 있다.
신 전 총장은 검찰에서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자의 진술과 구체적인 정황증거까지 확보해,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선택만 남았을 뿐 기소는 기정 사실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검사가 수사와 관련된 기밀 사항을 피의자의 청탁을 받은 이에게 알려주는 것은 명백한 공무상 비밀누설 행위다.
더욱이 공익을 대표하는 검찰의 총수가 피의자의 신병처리 문제를 포함한 수사 상황을 누설했다면, 이는 스스로 수사기관의 권위를 훼손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10일 홍업씨의 기소에 맞춰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의 재소환 및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는 신 전 총장이 검찰 총수를 지낸 사람답게 해명할 일은 해명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당당함을 보여 줄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실추된 명예를 다소나마 회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전직 검찰 총수가 후배 검사의 조사를 받는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은 검찰의 비극이다. 검찰은 이번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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