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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간부 '거꾸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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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간부 '거꾸로' 리더십

입력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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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전ㆍ의경’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른 월드컵 화제 중의 하나였다.경기장 수만 관중들이 환호하며 열광하는 그 순간에도 그라운드에 눈길 한번 주지않은 채 스탠드만을 주시하고 서있던 전·의경들에 대한 얘기다.

그 모습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월드컵을 지켜낸 경찰의 상징으로 사람들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아무런 불상사도 없이 완벽한 안전 월드컵을 이뤄낸 공은 전적으로 수개월여를 밤샘 근무까지 마다 않은 이들 전·의경과 현장 경찰관들의 몫이다.

그리고 이들은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한 채 월드컵 뒷마무리 작업과 갖가지 치안수요에 동원됐고 잇따라 제5호 태풍 “라마순’의 내습에 따른 철야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런데 경찰 수뇌부의 생각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월드컵 성공을 자신들만의 수고가 이뤄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월드컵 성공 축하 명목으로 연일 이어지는 경찰 수뇌부의 술자리를 지적한 기사(6일자 19면)에 대한 반응은 그래서 더욱 실망스럽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월드컵 성공을 축하하면서 저녁 먹고 술 한잔 한 게 무슨 큰 잘못이냐”는 것이다.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태가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고, 바탕에 깔린 생각이 문제다.

태풍이 시시각각 한반도에 접근하고 있던 그날 밤 부하 직원들에게는 비상근무를 지시해 놓고 수뇌부끼리는 태연히 모여앉아 서로 노고를 치하한답시고 술 마시는 배짱이 놀랍다는 것이다.

정말 고생한 일선 직원들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축구대표팀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만들어낸 리더십의 요체가 ‘공(功)은 선수들에게, 과(過)는 내게’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동훈 사회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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