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홀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착한 딸, 현대판 효녀 심청의 삶이 8~12일 KBS1 TV ‘인간극장’의 5부작 ‘2002 심청전’을 통해서 소개된다.주인공은 이재덕(19ㆍ경북 청도군 이서고등학교 3)양과 그 아버지 영대(60)씨.
재덕양의 특별한 효행은 지난해 가천문화재단 심청효행상과 삼성복지재단 삼성효행상을 받으면서 알려졌고,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제3비전 조혜승 PD의 눈에도 띄었다.
고3 수험생이 된 재덕은 대학 입시 준비에다 아버지 수발까지 언제나 바쁘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교복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아버지의 저녁을 챙겨야 한다.
세 살 때 열병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고서 마흔에 결혼해 늦게 자신을 본 아버지를 홀로 지내게 할 수 없어서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도 포기했다. 정신분열증을 앓던 어머니는 5년 전 저수지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
그 후 재덕은 빛조차도 분간 못하는 아버지를 돌보고 영세민에게 정부가 주는 보조금 30만원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나간다.
짐이 벅찰텐데도 재덕은 씩씩하다. 여름이 되도 교복을 새로 맞출 여유가 없어 춘추복을 그대로 입고 다니지만, 우무를 드시고 싶다는 아버지를 위해 외식을 하고 새 안경도 맞춰드린다.
장애인도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재덕양.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수시지원에 응시했다.
학교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오후 8시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방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버스로 20분 거리지만, 걸어서는 2시간.
막차를 놓친 재덕은 걸어서 돌아오고, 영대씨는 드디어 재덕을 학교 기숙사에 보내기로 결심한다. 재덕을 위해 홀로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다.
조혜승 PD는 “남보다 나을 것 없는 부모지만 재덕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며 “참다운 효가 어떤 것인지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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