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월드컴의 회계부정과 메릴린치의 투자정보 왜곡 등 잇따른 대형 악재로 주식시장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최근 미국의 트레이더(투자상담사, 기관투자가 등 투자관련 종사자)들이 심적 안정과 실적 향상을 위해 심리치료에 의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적잖은 회사들이 그동안 자금 운용자를 위해 심리학자를 고용해왔으나 상담을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트레이더들이 자발적으로 심리치료를 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루의 투자를 마치고 심리치료사를 찾아가 투자 중간중간 느꼈던 불안, 실수 등을 털어놓고 대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 식이다.
한 트레이더는 주식을 팔 때마다 느끼는 초조함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요청했고 다른 트레이더는 “투자 위험을 감수할 때마다 느끼는 애증 심리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사를 찾는다”고 고백했다.
1990년대 헤지펀드 등 일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도입돼 일반 고객의 투자심리를 분석하는 시장심리학은 이제 트레이더들의 내면 연구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선택을 연구하는 ‘행동재정’ 분야와 갑자기 늘어난 재산의 충격에 적응하는 ‘부(富) 치료’ 등 특화한 세부 전문분야도 등장했다.
반면, 지나친 심리치료 의존이 역효과를 부른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리치료에 따른 과다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처방이 ‘괜찮다’는 식의 안이한 심리를 조장, 주식 침체기 등을 맞아 재빠른 대응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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