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5일 제기한 조기 개헌론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중요해서가 아니다.그는 “제왕적 대통령 제도를 갖고 있는 현행 헌법 하에서는 임기말에 반드시 부패하게 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바로 개헌을 추진, 연말 대통령 선거를 새 헌법의 틀 안에서 치르자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 의원의 개헌 주장은 민주당 정치개혁특위가 연내 개헌을 거론한 지 3일만에 나왔다.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경도도 비슷하다.
당 안팎의 대선 구도를 겨냥한 이런 이심전심이나 짜고치기도 정치 행위라는 점에서는 이 의원의 정당한 몫일 수 있다.
원래 4년 중임의 순수 대통령제를 주장했던 그가 왜 이를 버렸는지 하는 물음에는 ‘상황 변화’라는 답이 준비돼 있을 법하다.
헌법이 존재하는 한 개헌 논의는 언제든 있게 마련이다. 또 정치권의 개헌론이 정치적 이해를 떠나 논의되기는 어렵다. 개헌론이 정략이라면 호헌론 역시 다른 정략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의원은 얼마든지 개헌을 주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가 군사정권의 권력 연장 음모로 비난받던 시절도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속을 우려도 없다. 오랜 민주화 투쟁을 통해 개헌을 쟁취하기까지 한 국민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엔 해도 너무한 대목이 있다. 당장 개헌을 추진, 연말 대선을 새 헌법으로 치르자니, ‘아니면 말고’식도 정도가 지나치다.
국민적 논의를 거칠 수 없는 것은 물론 당장 현행 헌법 유지를 당론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을 설득하기란 더욱 어렵다. 개헌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의 개헌론은 낚시꾼들 사이에 대인기인 가짜 미끼, 루어 같다. 우리 정치인들을 가짜 미끼에도 몰리는 물고기 수준으로 여긴 것일까.
황영식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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