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동물을 소재로 한 오락이나 교양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그러나 인간과 동물의 끈끈한 감정 교류나 화제성 소재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동물 세계를 지나치게 희화시키거나 인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이런 가운데 동물 세계의 숨겨진 진면목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틔워주는 책들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동물들의 사회생활’(지호)은 진화생물학자인 리 듀거킨(루이빌 대학 교수)이 동물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협동의 양상을 들여다본 책.
흔히 협동은 인간만이 가진 고도의 기술이고 동물은 단지 약육강식의 자연법칙에 맞춰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저자는 이런 상식을 깨고 동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협동의 유형을 소개한다.
48~60시간 사이에 피를 먹지 못하면 죽는 흡혈박쥐는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동료에게 자신의 피를 토해서 나눠준다.
단 예전에 자기도 이런 도움을 받았거나 같은 동굴에서 살면서 안면이 있는 박쥐들 사이에서만 이런 상호호혜가 이뤄진다.
어른 몽구스들이 사냥을 나가면 좀 자란 몽구스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며 둥지를 지킨다.
직접적인 번식을 통한 개체 유지보다는 형제자매를 잘 돌보면서 무리전체의 보전에 주력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협동 양상은 본능을 넘어선 복잡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친족들 간의 협동, 서로 주고받는 협동, 사냥의 예에서 드러나듯 각자의 이기심에 근거한 협동, 둥지 전체의 먹이를 오직 한마리의 여왕개미가 구해오는 것처럼 집단의 보존을 위한 ‘집단적 이타심’ 등 동물들의 협동은 인간 사회의 양상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달 타카의 일생’(그물코)은 수달 사냥이 흔하게 벌어지던 1920년대 영국의 외딴 마을 투 리버를 배경으로 타카라는 이름을 가진 수달의 짧은 생애를 묘사한 헨리 윌리엄스의 생태소설.
1927년 영국에서 첫 출판된 뒤 ‘호돈던 문학상’을 수상하고 세계 생태 문학의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책에는 자연의 야생 동물을 단지 사냥감으로 여기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수달을 쫓는 사람들과 혹독한 자연의 시험을 견디면서도 살아 남기 위해 애쓰는 수달 ‘타카’의 모험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타카’가 사냥개들에 둘러싸여 죽음을 맞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잔혹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한다.
현재 투 리버 지역에 생태 관광 프로그램 ‘수달 타카’와 관광열차인 ‘타카 트레일’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반향이 컸다.
‘떡갈나무 바라보기’(사계절)는 인간과는 다른 공간ㆍ시간 지각 능력을 지닌 동물들의 세계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공동 저자인 주디스 콜과 허버트 콜은 미국에서 존경받는 교육자로 딱딱한 동물학 관련 지식을 수필 형식의 글쓰기로 쉽게 담아냈다.
개미는 털과 더듬이를 이용해 공간을 지각하고 올빼미는 귀로 먹이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다.
진드기는 삶의 대부분을 최면상태로 기다리면서 변화없는 느린 생활을 하는 반면, 남아프리카의 어류 나이프피시는 1초에 1,600가지의 전기 충격들을 방출하거나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된 시간 속에서 산다.
저자는 이처럼 각각의 시간과 공간 환경에서 사는 동물들의 예를 보여주면서 시간과 공간은 물론 자연의 모든 일은 다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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