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 제 세력간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민주당의 비주류 등 일부 정치세력은 연말 대선 구도를 염두에 두고 연내 개헌 완료 등 조기 개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류 세력은 조기개헌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각 정파의 입장은 연내 개헌의 현실성 여부와는 상관 이 없다.
다만 개헌론 자체가 정계개편의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개헌 추진파 4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해 금년 대선 전에 개헌을 추진하든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자는 입장이다.
권력 분산 방안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한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이다.
대표적인 개헌 추진파는 김종필(金鍾泌) 자민련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전고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이다.
이 전고문은 5일 “연내에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기 위해 국회 안에 헌법개정추진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의했다. JP가 이끄는 자민련은 순수내각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박 최고위원도 “연내에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되 안 되면 대선공약으로 제시하자”고 주장했다.
중도개혁포럼 회장인 정 총무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의 중도개혁포럼 소속 다수 의원을 비롯 상당수 비주류 의원들은 조기 개헌에 동조하고 있다.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는 “개헌 추진 세력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권력 분산 차원에서 다양한 개헌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에 관심을 표시했다.
조기 개헌론자들은 “권력형 정치부패와 국민 분열의 정치를 막기 위해 권력구조 개편을 해야 하며 지식정보화사회에 맞춰 경제 분야 개헌도 필요하다”고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JP, 이 전고문, 박근혜 의원 등이 정계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개헌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론을 놓고 전선이 재편될 경우 동조 세력 규합이 쉽기 때문이다. 박상천 최고위원 등은 1차적으로 당의 외연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정계 개편에 참여할 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반대론 3인
조기개헌논의에 반대하는 측은 현실적으로 개헌이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이면에 대선정국을 유리하게 바꿔보려는 특정 정파들의 정치적 이해가 숨어있다고 본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나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한다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측은 “정치적 음모와 술수에 불과하다”며 매우 직설적이다.
이 후보측은 개헌이슈가 ‘반창(反昌)ㆍ비노(非盧)’세력을 엮기 위한 틀로 활용되고 있는 점에 주목, 조기 개헌론자들의 최종목표가 대선을 앞둔 신당 창당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원내 260석 중 한나라당이 130석을 차지한 현실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개헌논의가 도대체 현실성이 있는 얘기냐”며 “불가능한 주장을 교묘한 논리로 선전하는 것은 유사시 신당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측이 개헌논의를 정치적 음모로 몰며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개헌가능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개헌론을 발판으로 한 정계개편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이날 당내분열을 의식해 이 후보측처럼 노골적으로 음모로 몰진 않았지만 “연내개헌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반대의사는 분명히 했다.
노 후보는 말만 않고 있을 뿐 이인제 의원 등이 대선 후보인 자신을 낙마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개헌론을 지피고 있다고 본다. 노 후보를 미는 쇄신파 등 주류의 인식도 별 차이가 없다.
이에 앞서 정몽준 의원도 4일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엇박자이기 때문에 개헌문제는 장기적으로 꼭 검토해야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거론하는 게 적절한 시기인지는 모르겠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는 “2년 전 한 세미나에서 개헌논의는 정당실패를 헌법실패로 은폐하기위한 것이란 얘기들 듣고 공감했었다”고 덧붙였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이인제 일문일답/"국민상대 개헌 역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전고문은 5일 기자회견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촉구한 뒤 “정파를 초월해 뜻을 모으고 국민 상대로 개헌을 역설하겠다”고 말했다.
_연내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변에서 개헌을 막는다. 의지가 있다면 (대선 전인) 연내에 추진해야 한다.”
_개헌 주장이 민주당과의 결별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는데.
“민주당이 전국 정당이 되는 데 일익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결별 얘기는 터무니없는소리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 희망의 정치를 펼치자는 순수한 노력일 뿐이다.”
_최근 회동했던 김종필 총재와 박근혜 의원의 생각은.
“김 총재는 순수내각제를 주장해왔지만 분권적 대통령제에도 긍정적이다. 박 의원도 분권적 대통령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좋게 생각할 것으로 본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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