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5일 청와대의 개각움직임을 주시하며 민심을 반영한 내각출범을 주문했다.▼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이날 “내가 한 제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정쟁중단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노 후보는 “청와대의 자존심이나 체면에 상처를 줬을 수도 있으나 중립내각 구성 제안이 옳기 때문에 청와대가 검토,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그러나 “정동채(鄭東采)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측에 회견문을 전달했을 뿐 개각과 관련된 사전조율이나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노 후보측 한 핵심 인사는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으로 개각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감안, 노 후보가 길을 열어준 측면은 있다”고 ‘결과적 교감론’을 얘기하기도 했다.
노 후보측은 그러나 개각의 내용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노 후보가 개각을 요구할 때 총리, 행자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을 지목해 교체를 건의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개각 수준이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노 후보측은 청와대가 총리를 교체하지 않고 남궁진(南宮鎭) 문화관광부장관의 8ㆍ8 재보선 출마 및 서해교전 사태 마무리 차원의 개각에 그칠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날 “8ㆍ8 재보선과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중립내각이 들어서야 한다”며 인사 내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정쟁 중단’을 중립 내각 구성의 논거로 내세운 4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중립내각 출범을 위한 개각이 앞당겨지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여론을 수렴해 명실상부한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의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 임동원(林東源) 이기호(李起浩) 특보와 신건(辛建) 국정원장 경질 요구도 뒤따랐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측은 이 후보가 2000년 한 언론사와의 회견에서 내각에 좋은 인물을 추천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는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사실을 왜곡한 뒤집어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측은 “당시 그 언급에 대한 질문은 대통령 민주당 탈당 후 거국내각 구성 시 각료 추천 용의를 물은 것이지 중립내각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중립내각에 정당이 개입해 나눠 먹기식으로 각료를 배분하는 것은 중립 내각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고태성기자
tsgo@hk.co.kr
■담담한 총리실 "국가대사 마무리 전념"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5일 개각론에 대해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하게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평소와 같은 밝은 표정에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한 것으로 미뤄 특별한 변동 사항은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리 본인도 현시점에서 총리직 잔류 외의 정치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9월 DJP 공조 붕괴 후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과 한 배를 탄 게 아니냐”면서 “이 총리는 불안정한 정국에 휩싸이기보다는 아시안게임 등 남은 국가대사까지 잘 마무리하는 유종지미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최근 향후 거취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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