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의 오래된 집' 존 마르께제 지음평생 건설현장 노동자로 일하며 “이런 게 남자가 할 일”이라고 자부하는 아버지와 집안 최초로 대학에 갔고 20여년 글쟁이로 살아온 아들.
아버지는 책벌레인 아들을 ‘몽상가’라고 꾸짖고, 아들은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아버지를 ‘Mr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놀린다.
뉴욕 타임스 등에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성(姓)만 같지 도무지 닮은 데가 없는” 아버지와 낡은 집을 고치면서 단절됐던 부자관계를 회복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일상에 지친 저자는 시골의 허름한 집을 구해 새 보금자리를 꾸미기로 하고 칠순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한다. 평생 처음으로 ‘동업’에 나선 부자는 초장부터 사사건건 충돌한다.
아버지는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하는 아들을 한심해 하며 말한다.
“내가 너 어렸을 때 말했지. 내가 하는 일을 주의 깊게 좀 보라고, 언젠가 너도 이런 일을 배우고 싶어할 거라고.” 아들은 의기양양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꼴불견이라고 여기며 적개심까지 갖는다.
그러나 낡은 집의 모양새가 바뀌어가면서 부자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아들은 연장의 이름과 쓰임새를 익히고 망치질을 배우면서 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일을 새롭게 보게 된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아버지는 자신이 포기한 전기 배선 일을 해낸 아들을 자랑스워하며 아내에게 “우리 아이들은 참 좋은 애들이야. 우린, 참 잘 산 거 같아”라고 말한다.
마침내 집이 완성됐을 때 아들은 자신의 값비싼 흑연망치와 나란히 걸린 아버지의 닳고 닳은 헌 망치를 ‘가장 값진 유산’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무너진 가정의 가치를 되찾는 가장 빠른 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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