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는 남성 직장인 이모씨(42)는 요즘 ‘거침없는 사랑’에 더 푹 빠졌다.드라마가 방영되는 월, 화요일에는 술 약속도 피하는 편. 20대 동료사원들이 지난 주 끝난 ‘로망스’ 를 두고 화제를 삼을 때도, 그는 30대 여자 동료들과 ‘거침없는 사랑’을 화제에 올렸다.
‘거침없는 사랑’(연출 이강현 극본 이선희)은 첫 회인 5월20일 5. 5%로 시작, 6월17일에야 11.1%의 두자리 시청률을 기록했다.
작가 노희경과 표민수 PD 콤비의 드라마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푸른 안개’ 등과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30대 시청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컬트’ 드라마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성 시청자의 평균 시청률은 4.5%. 연령별로는로 20대가 4.9%인 반면 30대는 7.1%나 된다. 남성 역시 30대가 4.4%(평균 2.7%)로 가장 높다.
최근 이 드라마의 공식 동호회는 회원이 2,4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드라마 현장 방문등 적극적인 모임까지 갖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의 시솝인 주부 김영미(36)씨는 “안보는 사람들은 ‘불륜 드라마’라고 단정하지만 가슴 아픈 사랑, 아니면 첫사랑이나 풋사랑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게 이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30대 회원의 경우 주연 탤런트 보다는 드라마 내용에 특히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편이라고 했다. ‘거침없는 사랑’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단 최근 TV 드라마들이 작심하고 달려 들고 있는 불륜을 소재로 했기 때문.
센세이셔널한 소재가 주는 대리만족이 있다. 그러나 ‘거침없는 사랑’은 비교적 그 강도가 셌던 ‘위기의 남자’와는 또 다른 맛을 내고 있는 게 매력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상업성 높은 장르를 ‘불륜’ 소재에 적절히 끼워 넣었다. 유부남인 조민기가 노처녀인 오연수의 사랑을 받아 들이기까지의 과정이 20대 트렌디 드라마에서처럼 알콩달콩 사소한 재미를 주는데다, 둘이 사랑에 빠진 후에도 이전 드라마들처럼 불꽃 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대신 토닥거리는 과정을 비중있게 다룬다.
늘 실수를 하는 오연수의 엉뚱한 캐릭터는 잔재미를 느끼게 하고, 반면 오연수를 사랑하면서도 ‘금슬 좋은 부부’를 가장하는 조민기의 성격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우유부단한 요즘 남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게 시청자들의 의견이다.
다른 불륜 드라마들이 ‘거침없이’ 사랑을 하고 있는 반면 이 드라마는 제목과는 달리 심리적 관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30대판 소나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연수의 첫사랑이었던 서태화가 배역 비중에 불만을 품고 중도하고 오연수와 조민기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호흡이 느려졌다는 지적도 있어 이 드라마가 ‘거짓말’ 같은 명성에 다가설 수 있을 지는 미지수.
1, 2일 방송에서 조민기의 집을 방문한 오연수가 조민기 아내의 반지를 훔치는 등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실망스럽다.
때문에 열렬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거사(거침없는 사랑)’가 방향을 잃은 게 아닌가. 호흡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는 따끔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