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선후보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거국내각 구성 등을 주장, 마침내 탈DJ와 과거 청산 문제의 정면 돌파를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그러나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적지 않아 이날 회견은 노 후보의 DJ 그늘 벗어나기 위한 '깜짝쇼'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
노 후보로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반DJ 표를 흡수, 지지도를 회복해 위기 국면에서 탈출하고 8ㆍ8 재ㆍ보선에도 대비하겠다는 뜻이 역력해 보인다.
‘DJ=노무현’의 전제아래 한나라당이 펼치고 있는 부패정권 심판론 공세의 타깃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의도이다.
또 인사청문회 확대 등 제도적인 부패 청산책의 입법화를 주도함으로써 DJ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심산도 엿보인다.
갑작스러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의 회담 제의는 다분히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지지도 급상승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을 핵으로 한 당 안팎의 제3 대선후보론과 정계개편론에 제동을 걸고 이 후보와 자신의 양자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노 후보의 이날 회견이 얼마나 효험을 볼지는 미지수다. 우선 정쟁 중단과 공정한 선거 관리를 명분으로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에게 법무장관을 추천토록 하자는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실현가능성이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무책임하게 한나라당에게 공을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는 얘기다. 청와대의 내주 중 개각 검토도 전적으로 노 후보가 이끌어 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해교전, 태풍 상륙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돼 있는 때에 청와대, 당내 비주류 등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자회견을 급하게 가졌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 뜻임을 내세웠지만 민주당과 노 후보 진영은 거국내각 구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없다.
이날 회견은 당 지도부와 전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 당내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이를 두고 노 후보 특유의 ‘충동적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지난 주말까지도 기자회견 계획을 부정하던 노 후보가 갑자기 말을 바꾼 점도 절차상의 문제로 지적된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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