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코앞에 닥쳤는데 왜 재해대책 보고가 없습니까. 담당 국장은 북상중인 태풍의 이름을 알고나 있나요?”3일 오전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시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첫 공식대면 자리인 간부회의. 이 시장의 칼날 같은 질타에 회의 분위기는 일순 싸늘해졌다. 일부 간부들은 식은 땀을 흘리기도했다.
이 시장은 말을 이어갔다. “공직 사회에서 안정적인 것이 중요한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생각을 바꾸지 않는 간부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의사결정 전까지는 최대한 민주적이고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이 되면 독단적, 독선적으로 보일 만큼 추진력을 가져야 합니다.”
이 시장은 공약에 대한 소신도 분명히 밝혔다. “선거기간 중 약속한 공약들을 기존 사고대로라면 임기 중 해내기 힘들겠지만, 발상의 전환과 함께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모습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 시장은 “공무원들의 생각이 바뀌는 속도에 맞춰 근무 문화도 바뀌어 갈 것”이라며 “혹시 본인의 생각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는 말로 약 1시간 남짓한 회의를 마무리했다.
한 간부는 “이 시장이 처음부터 공무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 같다”고 했고, 다른 간부는 “(이 시장) 추진력이 보수적인 공직사회와 부딪칠 경우 자칫 내부 갈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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