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의 현금보유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패턴이 자리를 잡으면서, 막대한 이익이 생겨도 신규투자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기업들의 현금보유는 소나기 투자를 지양하고 위기에 대비한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늘어나는 현금
삼성전자의 2ㆍ4분기말 현재 현금(현찰과 유가증권 등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유액은 약 5조5,000억원. 작년말 2조8,000억원→1ㆍ4분기말 4조1,000억원 등 분기마다 1조원이상씩 현금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부채규모가 2조5,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빚을 다 상쇄하고도 현금이 남는 ‘순부채 마이너스’ 상태인 셈이다.
포스코의 2ㆍ4분기말 현재 현금보유액은 약 1조원 수준이며 LG전자는 4,000억원대의 현금을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KT 주식매입대금지불로 1,000억~2,000억원의 현금만 갖고 있지만, 매분기 4,000억원이 넘는 이익규모를 감안하면 현금보유증가는 시간문제란 평가다.
그룹별로는 4대 재벌이 각각 최소 3조원, 많게는 7조원 가량의 현금을 비축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 현금의 득실
기업에 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낸다는 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경기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점을 들어 투자확대에 소극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종성격이 경기변동에 민감한 만큼 위기대응 차원에서라도 현금보유는 필수적이다”며 “세계적 대기업들은 돌발적 불황이나 대형 인수합병(M&A)에 대비해 100억달러(12조원) 이상의 현금은 항상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은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기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현금보유시 현 이자율로는 연 5~6% 밖에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현금보유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ROE가 37%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5~6%의 현금운용수익은 ROE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포스코 역시 커다란 추가투자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현금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ROE는 계속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보다 건설적 방향으로 현금을 일정부분 소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나치게 몸을 사리기 보다는 투자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주이익 환원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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